오피니언 사설

시 의회 유린하고 업자가 공모지침 만든 성남 개발사업

중앙일보

입력 2022.10.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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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제공.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제공. 연합뉴스]

공소장 통해 ‘검은 커넥션’ 드러나

부패방지법 적용, 끝까지 추징해야

성남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의회, 민간 업자가 공모해 거액을 챙긴 과정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위례신도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중 민관 합동으로 추진한 대표적인 대형 개발사업이다. 이번 수사로 밝혀진 ‘검은 커넥션’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기에 심각성은 더하다.

어제 확인된 공소장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화천대유 핵심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유착이 심각했다. 공사 설립 조례안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막히자 최 전 의장은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을 밀어붙이다가 새누리당 의원이 집단 퇴장하면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하자 ‘기계 오류’를 주장하며 거수투표로 재투표했다는 것이다. 최 전 의장은 출입문 근처에 있던 새누리당 의원까지 의결정족수에 포함해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공사 설립부터 무리수를 뒀다.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지침서를 정 회계사가 함께 만든 사실도 충격적이다. 건설사의 공모사업 참여 금지, 공사와 민간사업자 5대5 배당 등 공모지침서에 담긴 주요 내용이 바로 정 회계사의 요구였다니 수험생에게 시험문제를 내게 하고 1등을 준 꼴이다.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은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해 2013년 4~8월 3억5200만원을 받는 등 부정과 비리로 점철됐다.

아직까진 이들의 진술만 나와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연관된 대목이 공소장 곳곳에서 등장한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에게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속하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이 중요하다.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시장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개발사업과 이 대표를 연결하는 진술이 곳곳에 등장한다. “관련 자료를 이 시장님께 보고하겠다”도 그중 하나다.

이 대표는 시종 결백을 주장해 왔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피고인 공소장에도 이 대표가 공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 전부 거짓이라면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이 대표 스스로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특권 내려놓기를 미루지 않겠다”고 발언한 만큼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검찰이 이번에 적용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유죄가 확정되면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부당하게 챙긴 거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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