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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방한…이재용과 ‘몸값 86조’ ARM 딜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재용(左), 손정의(右)

이재용(左), 손정의(右)

ARM 지분 인수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간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서울에서 만남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1일 손 회장이 방한하면서다.

2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ARM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단독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다. 득보다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 속에 어떤 방식의 협력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ARM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해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지분 75%, 25%를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의 손실로 소프트뱅크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자 ARM을 활용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이 부회장은 유럽·중남미 출장에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올 거다. 아마 그때 그런(M&A)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측은 손 회장과 회동 일정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ARM 단독 인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엔비디아가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영국의 반독점 기구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데 따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득실 면으로 봐도 ARM의 고객사인 퀄컴·인텔 등과 복잡한 구도로 얽힌 삼성전자가 설계 자산 판매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수 금액은 물론 인수 시 누릴 수 있는 효과가 모바일 AP 분야에 한정된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려 할 때 기업가치를 400억 달러(약 57조6400억원)로 책정했지만 현재 소프트뱅크가 추산한 기업가치는 600억 달러(약 86조4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업계에서는 최대 100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은 파운드리에 지속해서 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설계자산 지적재산권(IP)은 사서 써도 되는 것인데 ARM을 인수하려고 큰돈을 쓸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전략적으로 지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분 투자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ARM 인수합병을 위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ARM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관련한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퀄컴 외에 MS·구글 등이 지분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규모 지분 투자 시 IP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는 있겠지만 경쟁사들과 기술 공유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ARM

1990년 설립된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의 구조 방식을 설계해 삼성전자·퀄컴·애플·엔비디아 등에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AP 설계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27억 달러, 회사 가치는 최대 100조원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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