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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주일새 4번 도발…미사일 쏘며 ‘전술핵 카드’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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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제74회 국군의날이었던 지난 1일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또다시 발사했다. 일주일 사이 네 번째 무력시위다. 시간도 새벽, 오후, 저녁을 가리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일 오전 6시45분쯤부터 7시3분쯤까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비행거리를 약 350㎞, 고도는 약 30㎞, 최고 속도는 약 마하 6 수준으로 탐지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 해상훈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담하게 미사일을 쏜 데 이어 국군의날에도 무력시위에 나섰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일주일 동안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초대형 방사포’ KN-25를 망라했다. 해당 미사일은 ‘풀업 기동’(미사일이 하강 중 재상승하는 것)이 가능한 기종으로, 패트리엇(PAC-3 MSE)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한·미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신형 전략무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일 독일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반도 상황을 본인들이 주도하고 싶어 하고 한편으로는 무기를 고도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된 의도는 한국 새 정부에 대해 길들이기 위한 조치 아닌가”며 “미국이 국내 정치 때문에 북한 이슈가 관심에서 멀어지자 관심을 끌기 위한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들 미사일을 ‘전술핵 투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량을 거듭하고 있다. 유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단거리 미사일의 작전 배치에 따른 운용 제대별 작전 능력을 검증하려는 것”이라면서 “한·미 대북 감시정찰 자산의 시간대별 감시 역량과 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다종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미의 확장억제가 유효하지 않음을 강변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미가 확장억제 카드를 활용해 압박에 나선다면 북한 역시 무력시위 수위와 빈도를 높여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항모전단이 동원된 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핵 능력을 완성한 국가가 표출하는 공격적 군사 행위”라고 우려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춘 법령을 대내외에 공표하면서 공세적인 대미·대남 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의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영상을 처음 공개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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