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도 美캘리포니아 명절 됐다…음력설 공휴일로 지정, 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음력설(Lunar New Year)'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음력설을 캘리포니아주의 공휴일로 인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음력설은 한국은 물론 중국·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명절로 여기고 있다.  

아시아계 인구 가장 많은 주 #"다양성과 문화적 중요성 인정" #NYT "30년간 아시아계 3배 증가"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인구가 가장 많이 사는 주로 꼽힌다. 아시아계 인구가 600만 명 이상으로 캘리포니아주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음력설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섬 주지사는 성명에서 "캘리포니아주 모든 주정부 직원이 음력설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음력설은 지난해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다가올 번영과 행운을 불러올 수 있는 기회를 기념한다"고 소개했다.

음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선 "이날(음력설)을 주의 공휴일로 인정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다양성과 문화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캘리포니아 주민 모두에게 음력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발걸음" "의미가 있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AP=연합뉴스

이번 법안은 중국계인 에반 로우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민주당 소속)이 발의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법안에 서명한 뉴섬 주지사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세계인구리뷰'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는 약 2000만 명(미 전체 인구의 약 6%)으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020년 미 인구 통계를 인용해 지난 30년 동안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가 3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달 29일 음력설을 캘리포니아주의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는 성명. 캘리포니아 주정부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가 급증하자 미국에선 음력설을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뉴욕시도 2015년 음력설을 공립학교의 공휴일로 지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아시아 유권자들에게 공약한대로 음력설을 뉴욕시 공립학교의 공휴일로 인정했다. 당시 한국계인 론 킴 뉴욕주 의원은 "이 휴일은 단순히 아이들이 학교를 하루 쉬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뉴욕시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그들의 문화와 유산이 미국 구조의 일부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음력설을 미 연방 공휴일로 지정해달라는 법안이 미 연방의회에 올 초 발의됐다. 이 법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발의한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민주당)은 "음력설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인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이 나라 구성원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음력설 축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성명에서 "음력설을 축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며 "당신의 평화와 번영, 건강 그리고 행복한 설날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