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전 '비리기업’ 돈으로…文정부 원안위, 탈원전 추진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10.02 16:09

업데이트 2022.10.02 19:02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연합뉴스

경상북도 울진군 신한울 원전 1호기. 연합뉴스

탈원전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원전 비리’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켰던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출연금을 받아 원전 해체 사업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원안위 회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안전규제계정(기금) 수납액은 총 2416억8200만원이었다. 원자력안전규제계정은 원자력 관계 사업자가 낸 과태료·법정부담금 등의 수입으로 이뤄지는데, 지난해 이 계정에는 LS전선이 납부한 80억원도 포함됐다. 민간기업이 낸 유일한 출연금이었다.

LS전선의 전신 격인 JS전선은 2012년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는 전력 케이블 시험성적표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고, 2014년 일부 임원은 이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후 LS전선은 원전 비리 업체의 오명을 벗기 위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고, 2014년 1000억원의 원자력 안전 발전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법으로는 민간 출연금을 원안위가 받을 수 없어 이듬해인 2015년 원자력안전법이 개정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LS전선은 2018년 이후 지금까지 380억원의 기금을 원안위에 출연했다.

문제는 이런 돈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탈원전 사업에 쓰였다는 데 있다. 윤두현 의원이 제출받은 원자력안전규제계정 집행 내역에는 원전 해체 기반 작업인 ‘원자력 안전규제’ 사업이 포함돼 있고, 원안위가 지난해 원전 영구 정지·해체에 지출한 돈이 총 24억7800만원으로 적시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원전영구정지 심사 7억8500만원 ▶영구정지원전 정기검사 4억원 ▶해체 규제 기반 구축 2억9300만원 ▶해체 심사 10억원 등이다.

이 와중에 LS전선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출연금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LS전선은 매해 100억원의 납부를 약정했지만 2020년엔 아예 돈을 출연하지 않았고 지난해 2월에서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들며 2020년 분인 20억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납부 분도 같은 이유로 60억원만 출연했다. 다만, 탈원전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한 국민의힘이 3·9 대선에서 승리한 뒤인 올해 5월 4일에는 100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윤두현 의원은 “원자력 업체 사이에서 누구보다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원안위가 비리 업체에게까지 돈을 받아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이라는 잘못된 국정 과제를 도운 꼴”이라며 “LS전선의 출연금은 원안위가 아닌 원전 비리로 원전 가동이 멈추면서 비싼 전기를 구매할 수 없었던 한전으로 납부해 원전 비리와 탈원전으로 피해 입은 국민에게로 직접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의 주장에 LS전선 측은 "매년 100억원을 납부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왔지만 윤 의원 측은 "2017년 10월30일 원안위와 LS전선이 체결한 협약서에 100억원이란 금액이 명시돼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LS전선 측은 "100억원 '상당'으로 협약했으며 다른 조항에 '출연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고 돼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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