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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암 넉달만에 이겼다…대통령 퇴임후 더 인기 치솟은 남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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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8번째 생일인 1일(현지시간) 고향이자 거주 중인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열린 땅콩 축제에 참석해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카터 센터 트위터 캡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98번째 생일인 1일(현지시간) 고향이자 거주 중인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열린 땅콩 축제에 참석해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 카터 센터 트위터 캡처

“카터 대통령, 생일 축하드려요!”

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열린 땅콩 축제에선 작은 생일 축하 파티가 열렸다. 1924년생으로 올해 98번째 생일을 맞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휠체어를 탄 채 아내 로잘린(95)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환호와 함께 축하 인사를 건넸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는 빨간색 컨버터블 카를 타고 카퍼레이드도 즐겼다. 이들 부부를 보고 감격해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카터 센터 온라인 사이트에도 수천 명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게시했다.

귀향한 엘리트 군인…땅콩 농장 운영  

행사장에는 카터 부부의 자녀와 손주, 증손주까지 온 가족도 함께했다. 이날 아침 카터 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러 자택을 방문했다는 질 스투키 지미 카터 국립역사공원 관리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카터 전 대통령은 친구들의 축하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며 “온 가족이 모였고 모든 게 완벽한 멋진 날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뒷줄 왼쪽)이 아내 로잘린 여사(뒷줄 오른쪽)와 함께 플레인스에서 열린 제25회 땅콩 축제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뒷줄 왼쪽)이 아내 로잘린 여사(뒷줄 오른쪽)와 함께 플레인스에서 열린 제25회 땅콩 축제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터 전 대통령은 해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촉망받는 군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업을 잇기 위해 전역 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플레인스로 돌아와 땅콩 농장과 함께 농기구를 취급하는 카터 상회를 운영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이어 주지사까지 역임했지만 1976년 대선에 출마할 때만 해도 무명의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현역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재임 시절 최초의 히스패닉계 인사를 등용하는 등 인종차별과 도덕주의 인권 외교에 나섰다. 그러나 제2차 오일쇼크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미국인 52명이 주이란 미국 대사관에서 인질로 잡혔던 이란 인질 사건까지 겹쳐 악화된 여론으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세계 누비며 봉사…노벨평화상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81년 고향 플레인스로 돌아왔다. 이듬해 전 세계의 평화와 인권,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하는 카터 센터를 설립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80~90년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재임 때보다 퇴임 후 인기가 더 많은 대통령’으로 꼽힌다. 94년 6월 북한에서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중재했지만 김 위원장이 2주 만에 사망하면서 회담은 무산됐다.

1979년 11월 28일 미국 이란 인질 사건으로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지미 카터 대통령. AP=연합뉴스

1979년 11월 28일 미국 이란 인질 사건으로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지미 카터 대통령. AP=연합뉴스

‘사랑의 집짓기’ 봉사인 해비타트 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별도로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의 집을 지어주는 지미 카터 프로젝트를 만들어 한국의 아산시를 비롯한 전 세계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최근까지도 동네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다는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남서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 소식을 듣고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카터 측 인사들은 밝혔다.

그는 미국 최장수 대통령이다. 2015년 8월 암이 뇌까지 전이돼 흑색종 4기 진단을 받고 시한부 사실을 공개했지만, 새로운 약물 치료법으로 4개월 만에 완쾌했다. 지난해 결혼 75주년을 맞은 아내와도 주변에서 “거의 떨어져 지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금슬을 자랑한다. 페이지 알렉산더 카터 센터 소장은 “카터 전 대통령은 이사회에서 은퇴한 2020년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시작하고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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