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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눈독 들이는 한화…"인수설 낭설" 강구영 사장 못 박았다

중앙일보

입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오른쪽)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FA-50 전투기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한 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오른쪽)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FA-50 전투기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한 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전 직원에게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한다는 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 뒤 불거진 KAI 매각설을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KAI는 경남 사천 본사 ‘창사 23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실제 창립일은 1999년 10월 1일이지만, 휴일에 앞서 기념식을 연 것이다. 이날 기념식은 지난 6일 취임한 강 사장이 사실상 전 직원 앞에 처음 데뷔하는 자리였다. 취임 당시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는 상황이라,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인 강 사장은 공군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창립기념사를 끝낸 뒤 “최근 한화에서 우리(KAI)를 조금 힘들게 하는 얘기가 나왔다”며 일각에 퍼진 한화그룹 인수설을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영진도 긴장하고 여러 가지 확인을 해본 결과, 한화가 KAI를 인수한다는 것은 낭설로 나왔다”며 “한화와 수출입은행 측 입장을 다 확인했는데,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도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데, 전혀 개의치 말고 각자의 업무에 매진해 달라”며 “설사 그런 일이 있더라도, 경영진은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원하고 결집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은 이후 KAI 민영화는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KAI는 97년 외환위기 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현대우주항공·삼성항공우주산업·대우중공업 등 대기업 항공사업부문을 통합해 세워졌다. 지난 3월 기준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 26.41%, 국민연금 9.55%, 하나금융투자 4.85% 등을 보유하고 있다.

KAI와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9일에도 입장문을 통해 “‘KAI가 한화 측과 수차례 접촉하며 사업현황과 미래 먹거리, 민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논의했다’ ‘KAI도 수익 창출과 합리적 경영을 위해 민영화를 반기는 분위기’ 등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계속 KAI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새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가 KAI까지 품에 넣으면 육·해·공 전반을 아우르는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어서다. 또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80조 3880억원 수준인데, 대우조선해양(12조원)·KAI(6조2000억원)를 단순 합산하면 그룹 자산 규모가 포스코그룹(96조3490억원)을 넘어서 재계 6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 KF21이 지상활주 테스트를 하는 모습. 뉴스1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이 시험 비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 KF21이 지상활주 테스트를 하는 모습. 뉴스1

하지만 수출입은행 입장에선 KAI 매각 적기가 아니라는 주장도 거세다. 최근 ‘K-방산’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지난 7월 폴란드에 30억 달러 규모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업황이 나아지면 향후 5년 내에 더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헐값매각 논란’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6일 대우조선해양에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산업은행과 협약했는데, 지난 2008년 인수추진 당시 가격인 6조원보다 크게 낮아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산은 측은 “산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각이 아니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조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헐값 매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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