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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 美군함 퇴역시킨 '앙심의 방화'…21살 수병 무죄 받은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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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화재 당시 본험 리처드함. AP=연합뉴스

2020년 7월 화재 당시 본험 리처드함. AP=연합뉴스

12억 달러(1조7000억원)짜리 미국 해군 함정 본험 리처드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1세 수병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미 해군 법원은 30일(현지시간) 본험 리처드함 방화 혐의로 기소된 라이언 소여 메이스 수병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AP통신은 미 해군 검찰이 재판에서 메이스가 불을 질렀다는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메이스를 방화범으로 지목했던 핵심 증인의 말이 재판 과정에서 바뀌면서 진술의 신빙성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법원의 무죄 선고 후 군 검찰은 침묵했고, 해군은 적법 절차와 공정재판 원칙을 지키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메이스는 성명에서 "지난 2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친구를 잃고 가족과의 시간이 사라졌으며 해군 경력이 망가졌지만 다시 시작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 이후 성명을 발표하는 라이언 소여 메이스(가운데). AP=연합뉴스

무죄 선고 이후 성명을 발표하는 라이언 소여 메이스(가운데). AP=연합뉴스

메이스는 2020년 7월 4만t급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함에 불을 지르고 고의적으로 함정을 손상한 혐의 등으로 작년 7월 기소됐다.

군 검찰은 메이스가 과거 미 해군 특수 부대인 '네이비실'에 지원했으나 훈련 도중 퇴출당했고 이후 본험 리처드함 갑판 근무에 배치되자 해군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메이스가 방화범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그의 범행이 의심된다는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이 방화 장소로 지목한 군함 구역에서는 평소 인화성 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리튬이온 배터리나 지게차 군 장비가 연관된 합선 현상이 발화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험 리처드함은 키리졸브(KR), 쌍용훈련 등 다수의 한미연합 훈련에서 상륙군 기함으로 활약해 한국군에도 친숙한 미 군함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탐색구조 활동에 투입되기도 했다.

미 해군은 본험 리처드함 화재 이후 수리를 시도했으나 32억 달러(4조6000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5~7년이 소요되는 수리기간 등을 고려해 2020년 12월 퇴역 결정을 내렸다.

1997년 취역한 본험 리처드함은 7억5000만 달러(1조원)를 들여 건조됐다. 지난해 8월 미국 온라인 뉴스매체 데일리비스트는 퇴역한 본험 리처드함 가치가 현재 기준으로 12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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