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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서 여성 혼자 가장 많이 사는 동네...도둑 절반 확 준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빔프로젝터로 길바닥에 112 표식이나 경찰 마크를 빔으로 쏘아주는 로고젝터. [사진 영등포구청]

빔프로젝터로 길바닥에 112 표식이나 경찰 마크를 빔으로 쏘아주는 로고젝터. [사진 영등포구청]

서울 한 자치구 내 일부 행정동 범죄율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범죄·생활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예방 조치를 적용한 덕분이다.

1일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2020년 19건이던 한 행정동의 주거침입 절도 건수는 지난해 10건으로 4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일 범죄 전국 증감률(-5.5%)이나 서울시 전체 자치구 증감률(-8.5%)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 행정동을 포함한 영등포구 전체 증감율은 –33.3%였다.

영등포구 행정동, 범죄율 절반으로 낮춘 비결

영등포구청 관계자가 범죄 예방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청]

영등포구청 관계자가 범죄 예방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청]

이 동네에서 주거침입 절도범이 줄어든 배경엔 데이터가 존재한다. 구청과 경찰서는 범죄 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Pre-CAS·프리카스)을 활용해 지난해 각 기관이 별도로 보유했던 데이터를 모두 분석했다.

프리카스는 경찰청이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인 인공지능(AI)이다. 빅데이터를 입력하면 치안·공공데이터를 통합해 지역별 범죄 위험도나 범죄 발생 건수를 예측한다. 여기에 경찰서가 보유한 교통사고 건수, 유흥시설 숫자 등 데이터와 구청이 보유한 행정데이터나 주택·인구 현황,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등을 입력했더니 영등포구에서 범죄에 취약한 지역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지역보다 범죄 4배 더 줄어든 영등포구의 한 행정동. 그래픽 차준홍 기자

다른 지역보다 범죄 4배 더 줄어든 영등포구의 한 행정동. 그래픽 차준홍 기자

해당 지역은 영등포구 내에서 여성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었다. 특히 AI 위험도 예측에 따르면, 오전·오후 대비 저녁 시간에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어느 동네에서 언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지 확인한 영등포구는 범죄 예방에 나섰다.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이기 위해 골목길마다 CCTV를 추가로 설치해 사각지대를 축소했다.

장외경 영등포구청 자치행정과장은 “프리카스를 토대로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한 것은 영등포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안다”며 “지금까지 경험칙에 의해서 범죄예방 시설물을 설치했다면, 프리카스 덕분에 과학적 예측을 기반으로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구청 데이터 합쳤더니 범죄율 ‘뚝’

영등포구는 인적이 어두운 골목길에 야간에도 빛을 내는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했다. [사진 영등포구청]

영등포구는 인적이 어두운 골목길에 야간에도 빛을 내는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했다. [사진 영등포구청]

영등포구는 최근 6개월 이내 데이트 폭력이나 추행 등 범죄가 발생한 지역을 골라 범죄 예방 시설물(CPTED)도 추가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 가로등·전신주에 발광다이오드(LED)가 빛나는 비상용 전화를 설치하고, 일종의 빔프로젝터로 길바닥에 112 표식이나 경찰 마크를 빔으로 쏘아주는 시설도 설치했다.

또 ‘긴급신고 시 위치번호를 불러주세요! (당산로 00길 00)’라고 적힌 태양광 표지판이나 안내판도 비치했다. 이 밖에 골목길을 혼자 걷더라도 뒤에서 누가 쫓아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반사경을 곳곳에 세우는 등 해당 행정동에 총 29개의 범죄 예방 시설물을 설치했다.

영등포경찰서도 연휴 기간이나 휴가철이 되면 해당 지역 순찰을 강화했다. 시간대별로 특정 시간에 특정 지역의 범죄 위험도 등급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면 순찰차를 동원해 선제적으로 순찰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 범죄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배경이다. 조창배 영등포경찰서장은 “지역 치안 협력 사업 등 다양한 범죄 예방 사업 덕분에 범죄가 줄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와 영등포경찰서는 향후에도 지역 치안 협력 사업과 합동 순찰 등을 통해 지역 사회 범죄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경찰과 지속해서 협력해 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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