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46조어치 게임사 산다"…글로벌 게임업계 흔든 사우디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2030년까지 게임사 인수 등에 약 54조원을 투입한다. 사우디의 실질적 지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게임 산업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이미 사우디의 오일머니 3조원이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투입된 상황. 사우디의 물량 공세가 업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국내 게임사들도 눈을 크게 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총리(왕세자)가 29일 국가 게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 살만 총리(왕세자)가 29일 국가 게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겸 총리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사우디 국영 게임사 새비 게임즈 그룹(Savvy Games Group)의 전략을 공개했다. 주요 게임사 인수(19조원)와 지분 확보(27조원)에 46조원, 스타트업과 e스포츠 및 게임 전반에 8조원 등 총 1420억 리얄(약 54조원)을 게임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 목표는 사우디 왕국을 게임과 e스포츠의 글로벌 허브로 우뚝 세우는 것이다.

◦ 이와 관련해 사우디의 게임·e스포츠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30일 부산에서 열린 세계e스포츠써밋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e스포츠는 미래 스포츠이고, 젊은이의 스포츠입니다. 국가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새비 그룹은 올 초 15억 달러(약 2조1470억원)를 들여 글로벌 e스포츠 플랫폼인 ESL과 페이스잇(FACEIT)을 인수했다.

이게 왜 중요해

◦ 새비 그룹은 사우디국부펀드(PIF)가 올해 초 설립한(지분 100%) 국가 게임산업 총괄 지주사다.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 세계 9위 국부펀드인 PIF(운용 자산 500조원 이상)가 글로벌 게임업계에 초대형 자본 투입을 예고한 것이다.

◦ 새비 그룹이 기존 게임사 인수 및 지분매입에 쓴다고 밝힌 금액만 46조원이다. 주가는 이미 들썩인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했지만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넥슨게임즈의 주가는 각각 2~3%씩 올랐다.

◦ PIF가 기존 투자사의 경영에 참여할지도 주목된다. PIF는 올해 초 엔씨(9.26%)와 넥슨(9.14%) 지분을 매입해 현재 양사의 2대 주주다. 역시 올해 각각 3조원과 1조원 이상을 들여 닌텐도(5.01%)와 임브레이서그룹(8.1%)의 지분도 매입했다. 이외에도 SNK와 캡콤, 액티비젼 블리자드, 테이크 투, 일렉트로닉아츠(EA) 등에 투자했다. 지금껏 PIF는 게임사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국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대대적 투자를 공표한 상황. 기존 투자사에 대해서도 ‘전략적 투자’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지난 7~9월 파이살 왕자 주도로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게임 축제 '게이머즈8'. 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7~9월 파이살 왕자 주도로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게임 축제 '게이머즈8'. 사진 AFP=연합뉴스

무슨 의미야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7일 왕국의 총리로 공식 임명됐다. 취임 이틀 만에 게임산업 대형 투자 계획을 본인 명의로 밝힌 것. 세계 경기 불황으로 신규 투자가 위축된 게임업계를 물량 공세로 빠르게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

◦ 사우디는 석유 위주의 경제를 탈피하려는 ‘비전 2030’을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30년까지 게임 산업의 비중을 국가 GDP의 1%까지 키울 계획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게임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게임사들을 사우디로 유치하고, 2030년까지 250개의 게임사를 설립하며 3만9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NEOM)’에도 게임이 포함된다. 네옴은 사우디가 북서부 홍해 연안에 개발하는 서울 면적 44배 규모의 친환경 스마트도시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네옴을 인공지능(AI)·로봇 기술 기반 미래도시로 짓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콘텐트르 채운다는 계획이다.

파이살과 e스포츠?

◦ 이번에 방한한 파이살 왕자는 2017년부터 사우디e스포츠협회장으로 왕국의 게임과 e스포츠 부문을 이끌고 있다. 지난 7~8월에는 상금 150만 달러(약 215억원)를 걸고, 사우디에서 게임 축제 ‘게이머즈 8’를 열었다. 이중 크래프톤의 게임 ‘배틀그라운드’ 토너먼트에도 300만 달러 상금을 배정했다. 파이살 왕자는 이번 방한에 시프트업 등 한국의 중소 게임사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 파이살 왕자의 게임 정책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사우디 왕가 핵심 세력인 ‘수다이리 세븐’(사우디 초대 국왕 아내 중 수다이리의 일곱 아들) 혈통이라서다. 현재 사우디 국왕은 수다이리 왕비의 5남이다. 파이살 왕자는 현 국왕의 종손자(4촌)이자, 빈 살만 왕세자의 종질(5촌). 파이살의 동복형제들은 주미 사우디 대사, 주영 사우디 대사다.

30일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왕자가 부산에서 열린 세계e스포츠써밋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 국제e스포츠연맹

30일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왕자가 부산에서 열린 세계e스포츠써밋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 국제e스포츠연맹

이걸 알아야 해

◦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는 모바일게임보다 PC·콘솔(기기)을 통한 비디오게임이 대세다. 파이살 왕자에 따르면, 사우디 인구의 65%인 약 2350만 명이 게임을 즐긴다고. 높은 출산율로 인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게임 소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은 더위로 인해 야외활동이 쉽지 않아 가정집에도 고성능 비디오게임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비디오게임과 하드웨어 업체들이 주목하는 시장. 빈 살만 왕세자도 ‘콜 오브 듀티’와 ‘도타’ 게임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사우디의 국가적 게임산업 진흥책은 ‘e스포츠워싱(e sports-washing)’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소수민족·여성 인권 탄압과 카슈끄지 사건 등을 게임 같은 콘텐트·엔터 투자로 묻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는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가, 국제 게임 팬들의 강한 비판에 부딪혀 16시간 만에 참여를 철회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배너 클릭 시 구독페이지로 이동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factpl

배너 클릭 시 구독페이지로 이동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fact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