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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에 4개 지역 새로 생겨, 모든 수단 동원해 영토 지킬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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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06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0일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점령한 4개 주(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의 병합을 공식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4개 점령지 영토 병합 조약 서명식 연설에서 “러시아에 새로운 4개 지역이 생겼다”며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는 유엔 헌장에 보장된 자결권에 따른 것으로 러시아와 공통의 역사를 공유하는 수백만 명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고 서방은 늘 러시아를 무릎 꿇리며 식민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들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으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다”며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날 체결식에 이어 이달 초 연방 상·하원 비준 동의 등 병합 절차를 일사천리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할 때도 현지 주민투표가 종료된 지 6일 만에 모든 절차를 끝낸 바 있다. 러시아가 병합하려는 4개 지역은 총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넓은 강제 점령 지역”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병합 조약 체결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병합 조약 체결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 성명을 통해 “아무 쓸모 없는 주민투표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우리의 대응은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들이 주장하는 주민투표는 완전한 가짜고 결과도 조작된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병합 주장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절대(never)’라는 단어를 세 번 연속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은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도 예고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수일 내로 가시적인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같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서두르는 이면에는 예비군 30만 명 동원령 이후 악화된 국내 민심을 다독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센터가 지난달 22~28일 실시한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3%에서 77%로 한 달 새 6%포인트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이후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80% 밑으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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