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스타트업] 버틸 때까지 버티다 경영권 매각…올 7월까지 스타트업 M&A 79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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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하반기 타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핀테크와 모빌리티가 결합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합뉴스]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하반기 타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핀테크와 모빌리티가 결합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합뉴스]

투자 혹한기에 들어선 스타트업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허리띠를 졸라매 이른바 ‘런웨이’(법인통장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기간)를 확보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거나,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의 최혁재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실패한 후 자금이 말라가기 시작했다”며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고도 현금 흐름이 부족해 경영진 연봉을 삭감하고 주요 임직원의 연봉을 동결한 데 이어 일부 직원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런웨이 역시 투자금이 남아 있거나 당초 희망했던 기업가치(Valuation)보다 떨어지더라도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매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IPO)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또 다시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 따르면, 왓챠 투자자들은 일부 업체들과 지분 매각을 위해 입찰 의사를 타진했다. 왓챠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약 80%가 매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대기업 및 글로벌 OTT 등과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는데, 올해 들어 외부 투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또 다시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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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한때 400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가치도 확 쪼그라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벤처캐피탈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 유치에서 약 338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회사 경영상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몸값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도 마찬가지다. 돈줄이 마르면서 최근 사업을 중단하고 직원들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뒤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만은 살려보겠다는 의도다. 오늘식탁은 매출 기준 2018년 10억원, 2019년 21억원, 2020년 135억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시리즈B 라운드에서 120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이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스타트업은 비슷한 분야의 또 다른 스타트업과의 M&A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총 79곳의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 됐으며, 이중 절반은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줄이 말라 위기에 처한 스타트업과 현금흐름이 양호한 업계 선두권 스타트업의 몸집 불리기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명함 관리 앱 ‘리멤버’로 유명한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8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신입 채용 전문 플랫폼인 ‘자소설닷컴’을 인수했다. 자소설닷컴은 상위 20개 대학 졸업생의 70%가 이용하는 대기업·공기업 취업 특화 서비스로, 리멤버는 자소설닷컴을 통해 신입과 경력을 아우르는 종합 채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인 라운지랩도 최근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인 오우야를 갖고 있는 엠비치오넴을 사들였다.  엠비치오넴은 지난해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크립톤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발명왕으로 유명한 황성재 대표가 창업한 라운지랩은 엠비치오넴 외에도 최근 자율주행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코봇을 인수하기도 했다.

세금계산 애플리케이션(앱) 삼쩜삼을 운영 중인 자비스앤빌런즈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급여 관리 앱을 개발한 하우머치와 영상통화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스무디를 상반기 잇따라 인수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인수하기도 했다.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사 업종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업계 1위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며 “스타트업 투자가 줄고 있는 시기여서 이런 방식의 M&A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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