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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74%가 예금·보험, 주식·펀드 투자 비중 늘려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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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15면

당신의 연금 설계

7월 말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공전하고 있지만, 기초연금은 여야 합의에 의해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데다 야당까지 추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인정)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대상 확대와 국민연금 연계 감액제도의 폐지 여부라는 쟁점이 남아 있기는 하다.

기초연금 인상에 대해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노인빈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인빈곤은 65세 이상 노인가구 중 전체 가구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의미하는데, 노인빈곤 비율이 40.4%(202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전체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15.3%라는 사실이다. 은퇴하지 않고 일할 때에는 즉, 근로·사업소득이 있을 때에는 괜찮았지만 소득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국민연금제도의 도입이 늦었고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노인빈곤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노인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노인빈곤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지원이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지원은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범위에 국한되고, 나머지는 개인의 책임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한 균형 속에서 사회적 안정과 역동성이 확보될 수 있다.

아직 현역인 개인 또는 가계는 미래 관점에서 현재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보다 현재를 위한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한 저축을 늘려야 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 중 저축액이 차지하는 비율(가계순저축률)은 회원국 평균치보다 높다. 하지만 세금과 사회보장부담금 등 비(非)소비지출이 적고, 사회보장 수준도 낮기 때문에 개인 저축액은 더 커져야 한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렇다면, 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까지 저축을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소비 이외에는 모두 저축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은퇴시점의 목표 금융자산액을 설정하고 매년 일정액을 저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에 소개한 대로 목표 금융자산액은 은퇴기간 중 필요한 매년 생활비의 25배로 설정할 수 있다. 매년 4000만원씩 쓰고 싶다면 10억원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자녀결혼 등 목돈 지출이나 증여 또는 상속을 생각한다면 해당 금액을 가산하면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다. 통계청의 전국 가구가계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가구 흑자율은 32% 내외다. 통계청 통계는 표본가구(매월 약 7200가구) 대상의 설문조사에 기초하고, 흑자액이 부채상환에도 사용될 수 있으므로 흑자율이 정확하게 저축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산층이라면 30% 이상은 저축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게 좋다.

그렇다면 저축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실태부터 알아보자. 저축은 최종적으로 미래 소비 외에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결국 금융자산의 축적으로 나타난다. 2021년 말 한국은행의 금융자산잔액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는 현금·예금(43.4%), 보험·연금(30.4%), 주식·펀드(23.0%), 채권(2.3%), 기타(0.9%) 순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주식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보수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비교해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융자산잔액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가계는 연금(27%), 법인주식(27%), 현금·예금(15.6%), 출자지분(13.0%), 뮤추얼펀드(10.8%), 채권(2.4%), 머니마켓펀드(MMF, 2.4%), 생명보험(1.6%), 기타(2.7%) 순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 중 현금·예금·보험 등의 비중이 높다면 미국은 연금·주식·출자지분·뮤추얼펀드 등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식·펀드에는 미국의 뮤추얼펀드와 같은 투자펀드 지분이 포함돼 있으므로 동일 기준으로 연금과 채권을 제외한 투자 비중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가계의 투자 비중은 23%대 50.8%이라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러한 차이는 연금의 운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의 공적·사적 연금펀드(DB·DC·IRA)의 운용자산 구성을 보면, 주식과 뮤추얼펀드의 비중이 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은 25.1%에 불과하다. 미국 가계는 직접적으로 투자를 많이 할 뿐만 아니라 연금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위험자산에 대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의 30.4%를 차지하는 보험·연금의 상당 부분은 보험자산이며, 연금도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의 2021년 퇴직연금 운용통계에 따르면, 예·적금과 보험상품이 각각 37.1%로 74.2%의 비중을 차지한다. 펀드와 기타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13.6%에 그치고 있다. 미국연금의 운용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노후를 위해 지금보다 저축을 늘려야 하고 저축액으로 편입하는 금융상품은 주식, 출자지분, 펀드 등 투자상품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연금의 운용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금은 납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과 운용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연금과 투자를 우선 결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배현기 (주)웰스가이드 대표.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장기신용은행 연구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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