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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회사원, 귀 주변만 하얀 바캉스족…현대인의 일상 풍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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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18면

책처럼 꾸민 전시장 입구.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책처럼 꾸민 전시장 입구.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10월 1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DDP 뮤지엄 전시1관에서 장 줄리앙의 전시 ‘그러면, 거기(Then, There)’가 열린다.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의 매체를 통해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유머스럽게 풍자해왔다. ‘주말’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는 퀭한 얼굴의 회사원(월요병), 입과 귀에 댄 종이컵 전화기의 연결선이 각각 다른 사람과 얽혀 있는 남녀(소통부재), 태닝 후 귀 주변만 하얗게 남은 바캉스족(휴대폰 중독), 노트북에서 뻗어 나온 와인 잔에 건배를 하는 남자(랜선송년회) 등 그의 작품들은 친근하고 장난스러우면서도 촌철살인을 잊지 않는다.

장 줄리앙 '그러면, 거기' 전시

동그란 눈에 긴 코, 앙증맞게 혀를 내민 얼굴 모양은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인기 캐릭터다. 한국에서도 패션 브랜드 ‘누누’와 협업하며 오래전부터 팬층을 형성해왔다.

이번 전시는 회화·조각·영상미디어 아트까지 1000여 점의 작품이 모인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 오픈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줄리앙은 “이제 마흔 살이다. 젊다고도 또 늙었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를 경험하면서 작가로서 내 작품세계는 어디서 시작됐는지,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총체적으로 돌아보고 싶었다”며 “드로잉 작업의 진정성과 즉흥성을 통해 동시대성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해온 나의 여정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총 12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특히 18년 동안 틈나는 대로 그려왔다는 드로잉 스케치북 100권을 전시한 ‘100권의 스케치북’ 공간은 작가가 평범한 일상에서 어떻게 사물과 사건,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관찰’해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 흥미롭다.

전시장 곳곳에는 ‘나가는 문’ ‘안녕히 가세요’ 등의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히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업물들로 가득하다. 전시 설치를 위해 2주 전 내한한 줄리앙이 현장 작업에 참여해 직접 그린 것들이다. 주 전시장인 전시 1관 외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도 두 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으로 기획된 것들로 작가가 최초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오또(Otto)’, 런던 대학시절 만난 15년지기 대학 친구이자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허재영 디렉터와의 우정을 상징하는 ‘퓨전(Fusion)’이다. 관람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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