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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동맹 만든 보수 매체의 전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7호 20면

폭스 포퓰리즘

폭스 포퓰리즘

폭스 포퓰리즘
리스 펙 지음
윤지원 옮김
회화나무

2008년 금융 위기와 이후의 대침체(Great Repression) 기간, 부자 편인 미국 공화당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보다 더 험난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과제에 직면했었다고 책은 지적한다.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반(反)기업적인 정치 분위기가 만연했다. 부시 행정부가 불 지폈던 안보·종교·총기·동성애 중심의 ‘문화 전쟁’ 정치 담론은 빠르게 민주당의 전유물이었던 소득 불평등 담론으로 대체되는 상황이었다.

대세는 민주당 편인 듯했다. 8년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케인스주의 뉴딜 정책으로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낸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대담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상하원마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월가의 탐욕과 기업의 부정행위를 문제 삼는 대신 가진 자들에게 달달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부시 시대의 감세 정책 연장안에 오바마가 서명하면서다.

이런 극적인 반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보수 언론의 대명사 폭스뉴스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결정적으로 책의 부제, ‘보수를 노동계급의 브랜드로 연출하기’ 전략을 통해서다.

폭스는 통상적인 보수 언론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축소하려 하기보다 ‘사회경제적 경계선’을 재구성했다. 정부 요직을 장악한 고학력 엘리트들이, 전통적으로 생산자 역할을 수행해 온 평범한 미국인들의 부를 몰수하고 진보적 문화 가치를 강요하려 한다는 보수 진영의 오래된 피해의식을 들쑤셨다. 이런 서사를 자극적이고 대중 친화적인 뉴스 프로그래밍 기법을 통해 퍼 날랐다. 정치 영역의 포퓰리즘과 상업적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결국 노동계급과 사업가계급 사이의,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정치적 동맹을 이끌어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그동안 미국 사회의 정치적 우경화 연구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위치는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폭스의 간지(奸智)의 사례로 이런 대목을 건드렸다. 정치적인 공정함은 해석에 의해 정의되는 유동적인 개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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