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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19% 높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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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28면

헬스PICK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아침 기온이 이젠 20도를 밑돈다. 일교차는 15도까지 벌어진다. 이런 날씨는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변화를 부른다. 일조량이 줄면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해 계절성 우울증이 찾아온다. 활동량이 줄어 살은 찌기 쉽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는 거칠어진다. 가장 치명적이고 심각한 것은 혈관이다. 몸에서 기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몸은 우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적게 흘리고 혈관을 수축한다. 기온이 1도씩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Hg, 이완기 혈압은 0.6㎜Hg 높아진다. 환경 변화에 대한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땐 문제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수록 적응력은 떨어진다.

1도 하락때 수축기 혈압 1.3㎜Hg 증가

이 같은 혈관 수축과 이로 인한 혈압 상승은 혈관 내 기름과 염증이 뭉쳐서 생긴 동맥경화반을 터뜨리는 촉매로 작용한다. 동맥경화반이 터져 나오면 혈소판과 엉겨 붙으면서 급격히 크고 작은 혈전을 형성해 혈관이 막히게 된다. 급성관동맥증후군을 비롯한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과정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불안정형 협심증,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심장마비가 된다. 뇌혈관에 생기면 뇌경색, 좁아진 혈관이 압력을 견디다 못해 터지는 것이 뇌출혈이다. 모두 돌연사의 주범이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실제로 10월에 접어들면 이런 심뇌혈관 질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길병원 심장내과 장영우 교수는 “아직 시원하고 선선한 기온인데도 최근 응급환자가 확 늘었다”며 “최근 4일간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텐트 등 응급 시술을 한 횟수가 8번이나 된다”고 말했다.

기온 변화와 심뇌혈관 질환의 상관관계는 그동안 연구를 통해 꾸준히 강조됐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지난 8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2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병원 임상의학연구소 스테판 에이지월 교수는 이탈리아·독일·영국·노르웨이·스웨덴에서 실시된 총 228만명의 성인(평균 연령 49.7~71.7세)을 대상으로 한 5개의 코호트 연구 결과 기온이 약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9%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22%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일평균기온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다룬 대만의 연구결과도 가을 환절기의 위험성을 잘 말해준다. 리탄 양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일평균기온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서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며 “이런 양상은 일평균기온이 12.91도와 26.36도 사이일 때 뚜렷했다”고 밝혔다. 또한 “날씨와 사망률 사이에서는 더위와 달리 추위의 영향이 며칠 동안(4~6일) 지속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교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료분석학회지에 실린 논문은 낮은 기온보다 일교차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1993~2012년 서울지역 65세 이상 사망자 수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일교차가 커짐에 따라 사망자 수는 증가하는 선형관계를 보인다”며 “일교차가 1도 차이 날 때마다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남성 1.5%, 여성 1.7% 높아지고 뇌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남성 1.6%, 여성 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기온의 높낮이보다 일교차와 같은 기온의 변화가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추운 겨울보다 가을에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더 높은 이유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흡연자,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선행질환 환자, 심뇌혈관 질환 가족력 및 병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위험은 더욱 커진다. 길병원 신경과 이영배 교수는 “혈관에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은 기온 변화 시 혈액 흐름이 안 좋아져 혈전이 생기고 혈관이 막히기 쉽다”며 “고혈압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선행질환이 있는 사람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 교수는 “특히 당뇨병과 흡연은 가장 질이 안 좋은 요소”라며 “급성 관동맥증후군의 환경을 만드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가을철 심뇌혈관 질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9대 생활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담배 끊기 ▶술은 하루에 한두 잔 이하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생선 충분히 섭취 ▶매일 30분 이상 운동 ▶적정 체중 및 허리둘레 유지 ▶스트레스 줄이기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선행질환) 꾸준히 치료 ▶뇌졸중, 심근경색증의 응급 증상 숙지 및 발생 즉시 병원 방문 등이다. 이 교수는 “뇌졸중 같은 질환은 전신(반신) 마비, 치매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라며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질환 위험을 확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발생 후 운동을 충분히 한 경우 사망(29%), 심근경색(21%), 뇌졸중 재발(11%) 등 각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상청 ‘뇌졸중지수’ 참고하면 도움

매일 뇌졸중 지수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된다. 기상청은 생활기상정보에서 자외선지수처럼 그날의 지역별 뇌졸중 위험을 알리는 ‘뇌졸중가능지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상청에서는 자외선지수처럼 뇌졸중 지수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참고해 ‘높음’이나 ‘매우 높음’일 땐 외출이나 환기에 주의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동맥경화가 없어도 급성 심근경색·협심증이 올 수 있어서다. 인체의 자기보호 메커니즘 중 하나인 혈관 수축이 경련의 형태로 심장에 강하게 오는 경우다. 이를 ‘변이형 협심증’이라고 한다. 이는 나이와 무관하게 급작스럽게 언제든 올 수 있다. 중년 여성, 성격이 예민한 젊은 남성, 심지어 고등학생 환자도 있다. 변이형(경련성) 협심증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술, 담배가 위험요소다. 장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동맥경화 같은 일반적인 위험요소가 없어도 올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성, 경련성 협심증 비율이 8대 2라면 젊은 연령대에서는 6대 4 정도까지 경련성의 비율이 높아져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련성 협심증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며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고 술·담배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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