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플레이 강요하고 부킹도 오픈런…머나먼 ‘골프천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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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호 26면

강찬욱의 진심골프

골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내 골프장이 요금을 올리고 4인 플레이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 4명이 한 조로 라운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골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내 골프장이 요금을 올리고 4인 플레이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 4명이 한 조로 라운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한민국에서 골퍼로 산다는 건?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아니 힘들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사람처럼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처럼 골프에 진심인 사람들도 없다.

일단 골퍼들이 많다. 통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500만을 넘어섰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인구대비 매우 높은 비율이다.

어느덧 “너 골프 치니?”라고 묻는 건 오래 전 질문이 돼 버렸다. “너 골프 치지”가 어쩌면 오늘의 당연한 질문이다. 인구가 우리의 약 2.5배인 일본보다 실질적인 골프 인구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LPGA는 한국 선수들의 무대가 된 지 오래고 현 세계랭킹 1위도 대한민국의 고진영이다. 최경주가 처음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를 증명했던 PGA 투어 역시 많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그들의 스코어보드에 새기고 있다. 2022 프레지던츠컵엔 역대 최다인 4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

3명이 플레이 땐 그린피 추가 옵션

대한민국은 골프의 빅 마켓이기도 하다. 골프 클럽이 많이 팔리는 나라 중에 하나며 골프 볼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 중 하나다.

골프 옷에 관한 한 세계 톱 시장이다. 일주일에 하나는 런칭된다고 농담할 정도로 브랜드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그들의 골프브랜드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런칭하는 실정이다. 수많은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매출은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골프 관련 앱은 또 어떠한가? 부킹부터 쇼핑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가능한 여러 가지 앱들이 있다. 스윙을 분석해 주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지금 골퍼들의 휴대폰을 살펴보면 적어도 몇 개의 골프 앱은 깔려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분명 골프강국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골퍼들에게 골프천국인가.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일단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이 길다. 양잔디가 아니면 실제로 잔디가 푸르게 살아있는 기간은 5개월 남짓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빗대어 ‘5.16에서 6.25, 9.28에서 10.26 사이에는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잔디가 푸른 기간인 것이다.

잔디가 살아있는 여름도 길긴 하지만 그 안에는 장마도 있다. 태풍도 자주 온다. 골프 하기 가장 좋은 기간과 골프 하기 가장 나쁜 기간이 공존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한국의 봄, 가을은 골프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지만, 이 시간은 길지 않다. 지구 환경변화로 그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도 같다.

내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하려면 여름이나 겨울 중에 하나는 좋아해야 한다”고. 이러다 보니 캘리포니아나 호주에 사는 지인들이 1년 내내 골프를 즐기는 것을 보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동네 커뮤니티 골프장을 산책하듯이 일상의 루틴처럼 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다.

그들에게 부러운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다. 골프 비용이다. 일본에 사는 지인이 도쿄 근교의 골프장에서 7만원의 그린피에 식사까지 포함되었다는 말을 했다. 한 친구가 보내준 무료식사 사진을 보니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부러울 따름이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적 있지 않은가. “여기 한번 놀러 와. 여긴 좋은 골프장도 몇십 달러면 가.”

정말 요즘처럼 그린피가 오르고 각종 골프 비용이 높아질 때면, 골프만을 위해서도 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만으로도 1인당 3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는 골프 비용은 골프가 운동임을 망각하게 한다. 필드에 나가는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하는 여행과 같고 계절별 이벤트와 같다.

대도시 근교의 골프장들은 접근성 때문에 그린피가 비쌀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골퍼들은 가성비 좋은 골프장을 찾아 더 멀리 멀리 떠나고 있다. 이런 기미는 코로나 전 해 가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MZ세대들이 골프를 하기 시작하면서 골프 붐이 일어났고 그만큼 수요가 커진 것이다.

MZ세대들이 고비용과 쉽게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골프를 떠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떤 지속성과 방향성을 갖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건 지금 대한민국 골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골프장엔 사람들이 넘친다. 지인이 지나가듯 한 마디 했다. “이 골프장 주차장, 예전엔 이렇게 차들이 많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치고 간 페어웨이나 밟고 간 그린 상태가 좋을 리 있겠는가. 천연잔디가 아닌 매트로 만들어진 티잉 구역에서 티샷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스피드의 그린에서 플레이를 하면서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대한민국 골퍼들을 세계는 어떻게 생각할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부킹도 열리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드는 ‘오픈런’이 됐다. 밤 12시에, 아침 9시에 부킹을 위해 알람을 설정하는 사람들이다. “나 성공했어!” “난 실패했어 ㅠㅠ” 모든 것은 1분 이내에 이뤄진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런 상황에선 골프장이 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것이 골프장의 ‘4인 필수’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나라의 골퍼들에게 “우리는 반드시 4명이 플레이해야 돼요”라고 말한다면 그들의 대답은 틀림없이 “정말요?”일 것이다. 3인 플레이는 당연했고 비성수기에는 2인 라운드도 권장했던 것이 대한민국 골프장 아니었던가.

3인 플레이를 하면 추가 그린피를 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옵션이 대한민국 골프장이다. 누가 골프는 4명이 쳐야 한다고 정했단 말인가. 포볼이나 포섬을 빼고 개인경기에서 4명이 한 조가 되는 대회가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해외골프가 줄어들고 골린이들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진심을 이용해 골프업계가 사심을 챙기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날씨 좋고 저렴한 미·일 등 부러워

대한민국은 패션의 나라다. 골프만큼 패션에도 진심인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골프 옷들의 가격은 ‘잘못 봤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이 정도 브랜드는 입어줘야지’라는 심리와 ‘같은 것을 계속 입을 수는 없지’라는 심리가 더해져 옷장에 골프 옷은 차곡차곡 쌓인다. 그런데도 정작 입을 게 없다고 말한다. 앞에 ‘골프’가 붙으면 세상의 모든 것은 비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참여하는 것이 대중화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대중화는 아니다. 그러니 골프의 대중화는 아직 멀었다.

다시 말하겠다. 대한민국 골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골프장은 멀고 차는 막히고 진행도 밀린다. 라운드 한 번에 하루가 다 간다. 골프장이 늘어나고 코로나 상황이 바뀌면 지금보다 편하고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기게 됐으면 좋겠다.

새롭게 유입된 골린이들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하나둘 떠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우스 푸어’ ‘카 푸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골프 푸어’도 있다. ‘골프강국 대한민국’보다 ‘골프천국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대한민국 사람들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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