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몇명이나 얻어먹었나…법원 '6분의1' 결론, 술접대 검사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22.09.30 17:37

업데이트 2022.09.30 17:54

라임자산운용(라임) 투자 사기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검사가 3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박영수 판사는 A검사와 검찰 출신 B변호사, 김 전 회장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A검사에 대한 향응가액이 1회 100만원을 초과했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1회 100만원 이상 금품 및 향응 수수를 처벌토록 규정한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별도의 사기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별도의 사기 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5분의1이냐 7분의1이냐…재판부는 “6분의1”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2019년 7월 18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유흥업소에서 김 전 회장이 돈을 낸 술자리에서 몇 명이 얻어먹었는지였다. 이른바 ‘n분의1’논란이다. 당시 오후 9시30분쯤부터 시작된 자리엔 기소된 A검사의 후배 검사 2명도 있었지만, 이들은 1시간20분 뒤에 먼저 자리를 떴다. 밴드와 접객원이 들어오기 전이었다.

 복잡한 나눗셈 문제는 검찰이 검사 두 명이 자리를 뜨기 전과 후로 인위적으로 구분하면서 생겼다. 검찰은 전반부 술값을 481만원으로 보고 이를 참석자 5명으로 나누면 1인당 96만2000원이라며 검사 2명을 기소 대상에서 빼줬다. 법조계에선 “친정을 감싸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두 검사가 떠난 뒤 들어온 밴드 및 접객원에 든 비용이 55만원이고 그 자리에 남아있던 3명(A검사·B변호사·김봉현)이 향응을 3분의1씩 즐긴 것으로 보면 1인당 18만여원이 추가돼 1인당 총 114만여원 어치의 음주와 향응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런 계산법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3명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하고, A검사에겐 114만여원을 추징해 달라고 했다.

 반면 A검사와 B변호사는 재판에서 김 전 회장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참석자가 두 명 더 있으므로 전체 술값(536만원)을 7분의 1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회 100만원이 넘는 향응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히든카드로 꺼낸 건 “당시 자리에 C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C 전 행정관은 “같은 업소엔 있었지만, 그 자리에는 간 적 없다”고 증언했고, 이 전 부사장은 “업소 내 다른 방에 있다가 그 자리로 가 잠깐 인사만 나눴다”고 했다.

‘자리에 없었다’는 전 靑 행정관 증언…법원 “못 믿어”

 박 판사는 검찰의 술자리 분할 공식은 수용하되 술자리는 검찰 주장(5명으로 시작해 3명으로 마무리)과 달리 6명으로 시작해 4명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했다. ‘A검사 등의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는 C 전 행정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박 판사는 “C 전 행정관은 두 검사가 떠나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끝날 무렵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C 전 행정관과 김 전 회장, B변호사는 한 달에 한두 번 같이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등 상당한 친분 관계인데, 당일 같은 업소에서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인 증거는 없더라도 김봉현의 진술 및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C 전 행정관이 당시 술자리에 계속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 전 부사장 또한 최소 술자리에 25~30분가량 참석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박 판사의 설명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입장문. 당시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입장문에 담았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입장문. 당시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검사들에게 술 접대를 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입장문에 담았다. 연합뉴스

 그 결과 박 판사는 “A검사에게 제공한 향응가액을 산정하면 93만여원”이라고 인정했다. C 전 행정관을 참석자로 포함해 첫 술값인 481만원을 6명으로 나누면 1인당 80만여원이 되고, 밴드·접객원 추가 비용 55만원을 4명으로 나누면 13만여원이기 때문에 이를 합산하면 1회 100만원 미만인 93만여원이 된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이 전 부사장이 잠시 있었던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결국 A검사에게 제공된 향응가액은 1회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검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만 말한 뒤 변호인과 함께 법원을 빠져나갔다. B변호사와 김 전 회장 모두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10월 16일 당시 라임 의혹으로 구속돼 있던 김 전 회장이 옥중에서 입장문을 작성해 언론에 공개·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2019년 7월 전관 출신 B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세 명에게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폭로 이튿날인 2020년 10월 18일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해 12월 8일 A검사와 B변호사,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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