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30세대 남성 유권자에 공을 들이는 선거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실제론 20·30세대 투표율은 제19대 대선 때보다 낮아졌고, 20·30세대 중 남성의 투표율이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전체 선거인 4417만명 중 10.3%인 453만명을 표본조사한 ‘제20대 대선 투표율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연령대별 투표율을 19대 대선 때와 비교해보면 19세 77.7%→72.5%, 20대 76.1%→71.0%, 30대 74.2%→70.7%로 19세부터 30대까지 투표율은 20대 대선 때 더 낮아졌다. 19세와 20·30세대 투표율은 2007~2017년 세 번의 대선에서 점차 높아지는 추세였는데 이번에 꺾였다.
청년층의 성별 투표율도 눈에 띈다. 50대 이하에서 전반적으로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긴 했지만, 30대 이하에서 그 격차가 유독 더 컸다. 특히 25~29세 남성은 80대 이상 여성 다음으로 가장 낮은 투표율인 66.3%를 기록했지만, 이 나이대 여성은 75.2%로 30대 이하 연령·성별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남녀 투표율 차이는 8.9%포인트에 달했다. 30~34세에서도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5.4%포인트 높았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은 페미니즘 이슈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연령대로 분류된다.
반면 50대 이상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높아졌다. 50대는 78.6%→81.4%, 60대 84.1%→87.6%, 70대 81.8%→86.2%, 80세 이상 56.2%→61.8%로 늘었다. 50대 이상은 보수 지지층이 많다고 평가받는만큼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이 더 결집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70대 남성 투표율은 89.2%로 모든 연령·성별 중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 연령층으로 분석되는 40대 투표율은 74.2%로 19대 대선 때(74.9%)와 큰 차이는 없었다. 이번에 첫 대선 투표를 실시한 18세의 경우 투표율이 71.3%로 20대와 30대 투표율보다 높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였다. 50대 이상은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더 많이 투표장에 나간 것으로 보이고, 정치적 색깔이 옅은 30대 이하는 오히려 비호감 때문에 투표장에 안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투표율 차이에 대해선 “윤석열 당시 후보가 반(反) 페미니즘 이슈를 들고 나오다보니 선거에 임박해서 ‘투표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