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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년 '깜깜이 예산' 162조…"점령지 합병비로 쓸 듯"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징병 군인들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징병 군인들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내년도 국가예산안 가운데 이른바 '깜깜이 예산' 비중이 크게 늘어나 전체 지출의 약 23%에 달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5년 이래 비공식 예산 비중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내년도 정부 총지출 29조 루블(약 727조6100억원) 가운데 6조5000억 루블(약 162조원)을 국가 기밀 비용 혹은 불특정 비용으로 편성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예산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비공식 예산은 지출 내역·사용처 등 상세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 비공식 예산의 지출 규모는 전체의 약 23% 수준으로, 올해 편성된 규모보다 71% 가량 증가했다.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정부의 비공식 예산 규모는 3조8000억 루블(약 95조6000억원)로, 전체의 17%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이 정도 규모의 깜깜이 예산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금 내역 공개를 더욱 꺼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미 경상수지 등 주요 국가 통계 발표를 중단한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비공식 예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작업 등 장기전에 돌입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으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러시아 합병 수순을 밟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4곳에 대한 편입 비용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30일 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한스크인민공화국·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러시아 연방으로 병합하기 위한 조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는 국방비 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도 러시아 국방비 예산은 당초 추정치보다 43%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국방비의 대략적인 규모만 공개할 뿐, 세부 사항은 기밀로 유지하고 있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28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에 드는 비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도 예산안 초안에 대해선 이후 러시아 의회 상·하원 비준 동의, 대통령 최종 서명 등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밀 예산안은 모두 비공개 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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