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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우조선 노조, '文정부 인사'인 사장 임기보장 요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대우조선해양 한화 매각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밀실·특혜 매각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대우조선해양 한화 매각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는 정부와 산업은행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밀실·특혜 매각을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력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박두선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임기 보장”을 자신들의 요구 조건에 포함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매각 발표 관련 대의원 간담회 공유’ 문건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7일 내부 논의를 통해 매각 국면에서 주장할 ‘지회 4대 요구’를 확정했다. 전날 산업은행이 “한화그룹과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 합의서(MOU)를 체결했다”며 회사의 새 주인을 공개한 데 따른 대응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지난 27일 공유한 문건 내용. 이주환 의원실 제공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지난 27일 공유한 문건 내용. 이주환 의원실 제공

4대 요구에는 통상 회사 매각 시 노조가 주장하는 ‘고용 보장에 관한 사항’, ‘노조 및 단체협약 승계에 관한 사항’, ‘지역 발전에 관한 사항’ 외에도 ‘회사 발전에 관한 사항’이라는 카테고리가 포함됐다. 이 중 첫번째가 “현 경영진 임기 보장(낙하산 금지) 확약”이다. 문재인 정권 말 선임된 박 사장 임기를 보장해야 하고, 만약 친(親)정부 인사로 대표 등을 교체할 경우 이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겠다는 주장을 문건에 명시한 것이다.

사장 임기를 노조가 챙기는 웃지 못할 상황에는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주환 의원은 “박두선 사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의 대표적 알박기 인사임이 명백하다”며 “주인 없는 회사였던 대우조선에서 현 경영진과 노조가 어떤 관계였길래 이런 요구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에서 현 노사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꼭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나 노조 안팎에서도 "노조 집행부와 경영진간에 모종의 공생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라거나 "문 전 대통령 측을 포함한 현 야권과 경영진, 노조간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박두선(맨 왼쪽) 당시 상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 사장은 4년 뒤 상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박두선(맨 왼쪽) 당시 상무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 사장은 4년 뒤 상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사장의 경우 지난 3월 선임 때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측 인사로 알려져 정치권의 논란을 샀다. 현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동창을 임명한 것은 상식, 관행을 벗어난 것을 넘어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 지침을 무시한 직권남용”(원일희 대변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신혜현 부대변인)고 맞서면서 신·구 권력 충돌로 번졌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왔다. 2015년 이후 7조 1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갔지만 부실 경영으로 적자가 누적됐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6일 “2015년 부실화 이후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했고 지난해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박두선 사장은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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