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붉은광장 축하무대…지지율 하락 푸틴, ‘어게인 2014’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년 전 크림반도 합병 당시 자축쇼를 재연하는 ‘어게인 2014’인가.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 선언을 앞두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광장에 대형 콘서트 무대가 마련된 가운데 인근 도로가 통제됐고 보안 검문소까지 설치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 붉은광장에 설치된 합병 축하식을 위한 콘서트장의 모습.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러시아!', '함께, 영원히'라고 적힌 플래카드들이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코바 붉은광장에 설치된 합병 축하식을 위한 콘서트장의 모습.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러시아!', '함께, 영원히'라고 적힌 플래카드들이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 3월 29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정거장 시계탑 부근에서에서 크림반도의 표준시간이 러시아 표준시간에 맞추어 재조정된 것을 축하하는 한 여성이 소련시대의 해군기를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2014년 3월 29일(현지시간)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정거장 시계탑 부근에서에서 크림반도의 표준시간이 러시아 표준시간에 맞추어 재조정된 것을 축하하는 한 여성이 소련시대의 해군기를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으론 오후 9시) 크렘린 궁에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조약 체결식에서 서명한 뒤 연설할 예정이다. 붉은광장에는 합병될 4개 지역의 이름과 함께 ‘함께, 영원히’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었다. 대형 스크린과 스피커가 설치된 무대에선 이날 저녁 록 공연이 진행된다고 BBC가 전했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붉은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와 판박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해 3월 18일 합병 축하 무대에 올라 “크림이 길고 힘든 항해 끝에 고향 러시아로 돌아왔다”고 외쳤고, 모스크바 시민들은 “우리는 푸틴을 믿는다”는 환호로 화답했다. 이같은 열기는 그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2월 69%에서 3월 80%로 뛰어올랐고, 그해 10월 88%를 찍었다. 이후 2018년 2월까지 8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번 행사를 통해서도 그간의 ‘승리 공식’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크림반도 합병의 경우 무혈입성이라는 평가 속에 속전속결로 진행됐지만, 올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7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전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합병 지역에서도 주민 투표 형식을 거쳐 명분은 확보했지만 4개 주 전체를 통제하고 있지도 못하고 일부에선 전투가 진행 중이다.

2014년 3월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모여 크림반도의 합병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뉴스1

2014년 3월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모여 크림반도의 합병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FP=뉴스1

특히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발령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명분도 사라졌다. 러시아 인접 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이날 이후 일주일새 최소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자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동원령 반발 시위로 체포된 인원도 수천에 달한다. 전장에 끌려간 예비군들은 “제대로 된 보급도, 훈련도 없이 총알받이로 내몰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자국 내 지지도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18세 이상 러시아 국민 1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7%에 그쳤다. 푸틴 지지율은 지난 3월 80%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80%대를 유지해왔다. 레바다 센터는 “갑작스러운 동원령 발표로 국민의 불안과 공포,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정부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 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정부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 EPA=연합뉴스

알자지라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푸틴은 ‘마더 러시아(조국 러시아)’로 합병되는 영토를 강조하며 국민의 지지가 되살아나길 바라고 있으며, 이런 행보는 정치‧군사적으로 물러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만 명을 추가 동원한 푸틴 대통령이 전세를 바꾸지 못하면 남는 건 러시아 내에서 큰 반발에 부딪힐 총동원령뿐”이라며 “이번 영토 합병 결정은 판돈을 지나치게 키워 그가 가진 선택지를 위험할 정도로 줄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선언을 두고 미국과 서방이 격렬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함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소속 국가인 카자흐스탄과 전통 우방 세르비아 등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중국 측도 “각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은 존중을 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 취지와 원칙도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