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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부당해임 탓…인국공·LX '한 지붕 두 사장' 6억 낭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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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한 탓에 약 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임된 사장들이 해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한 지붕 두 사장’이 되는 바람에 발생한 중복 지급 임금과 소송비 등을 합한 액수다.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019년 9월 태풍 부실 대응 등의 이유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해임됐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일어난 ‘불공정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당시에 나왔다.

구 전 사장은 즉각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해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구 전 사장은 판결에 따라 복직을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복직했다. 문제는 구 전 상황이 해임된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김경욱 신임 사장이 재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해 12월부터 구 전 사장의 임기 만료인 올해 4월까지 4개월간 구본환·김경욱 2명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동시에 근무했다.

30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 전 사장에게 지급된 임금은 성과급과 해직 기간 미지급 임금을 포함해서 총 2억6758만원이다. 올해 근무 기간에 대한 성과급은 내년에 지급돼 지급 총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 건물에서 두 명의 사장이 같이 근무할 수 없어 구 전 사장은 따로 사무실을 임대했는데, 한 달에 315만원씩 총 1134만원의 임대료가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가 해임처분 취소소송에 들인 비용도 3900만원이었다. 굳이 안 써도 됐을 예산 3억1792만원을 쓴 것이다. 여기에 카니발 차량과 수행기사도 두 사장에게 중복으로 지원됐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 연합뉴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 연합뉴스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연합뉴스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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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학 전 LX 사장도 비슷한 사례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4월 해임됐다. 청와대 공직감찰관의 감찰 결과 새벽 운동을 나갈 때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동반한 사례가 발견되는 등 직원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이유였다. 최 전 사장도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재판부는 “신분상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임에도 행정 절차법상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처분 근거와 이유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 전 사장은 판결 뒤 “권력에 도취한 오만하고 부도덕한 특정 세력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복직해 7월까지 4개월간 근무했다. 최 전 사장 역시 자신이 해임된 기간 임명된 김정열 신임 사장과 함께 ‘한 지붕 두 사장’으로 근무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LX가 복직한 최 전 사장에게 지급한 임금은 2억3864만원(성과급, 미지급 임금 포함)이었다. 해임처분 취소소송에 들어간 비용도 5525만원 있었다. 총 2억9389만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된 것이다. 최 전 사장은 LX 서울지역본부 내 별도 집무실을 써서 사무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았다.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 의원은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 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한 문 전 대통령에게 예산 낭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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