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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WGBI 내년 편입 전망…“50조∼60조원 국내 유입 기대”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내년 9월부터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WGBI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한국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한국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한국을 WGBI 관찰대상국에 편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협의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내년 9월에는 최종 편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FTSE 러셀은 “한국 금융시장 당국이 시장 구조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른 것”이라며 “실제로 국제 투자자들의 접근성 수준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요구사항을 평가할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모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WGBI는 주식시장의 ‘MSCI 선진국 지수’처럼 선진국 국채를 대표하는 지수다. 미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 등 선진 23개국 채권을 포괄하고 있으며 , 전 세계 투자기관이 국채를 사들일 때 지표(벤치마크)로 삼는다. 지난해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 10위권 국가 가운데 WGBI에 들어가지 않은 나라는 한국(10위)과 인도(6위)뿐이다.

WGBI의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한국이 최종적으로 WGBI 편입에 편입될 경우 편입 비중은 2%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WGBI를 추종하는 기관은 이 비중을 벤치마크로 한국 국채에 투자하게 된다. 금융연구원은 “한국이 WGBI에 가입하면 50조∼6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국채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절감되는 이자 비용은 연간 5000억∼1조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WGBI 편입으로 한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금리가 낮아지고, 원화가치도 상승할(환율 하락) 수도 있다. 최근 시장상황처럼 원화 채권에 대한 저평가에, 원화가치까지 급락하면서 한국 채권 금리가 더 뛰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WGBI 편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됐고,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WGBI 편입에 재도전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이 그간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건 세금 제도 영향이 컸다. 지수에 편입된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채권 이자 소득과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 외국인(비거주자)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에서 지급받는 이자ㆍ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FTSE가 한국을 관찰대상국에 편입한 배경으로 밝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원화 채권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국채시장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시장에 쉽고 빠르게 접근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형철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보통은 관찰대상국 등재 후 편입에 1년 정도 걸리는데, 3월에 편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이겠지만, 당장 시장 상황에 반전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금융권의 채권투자 담당 임원은 “완전히 새로운 소식은 아니고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내용”이라며 “지금 바로 편입됐다면 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내년이 되서야 편입되는 것이기에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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