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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피크 전망은 실수…기대치 낮추되 저평가 기회 잡아야”[앤츠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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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상선 기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상선 기자

돌이켜보면 ‘희망 회로’만 돌렸던 것 같습니다. 올해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때도 좋은 말만 골라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당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분명히 “다음 회의 때도 대규모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 뒤에 얘기한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는 말에 더 주목했죠. 이 발언을 두고 Fed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발전시키며 8월 중순까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도 대체로 반등.

시장의 ‘희망 회로’가 문제였던 건지, 파월이 시장에 애매한 시그널을 준 건지 각자 생각은 다를 텐데요. 어찌 됐든 8월 하순부터 글로벌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특히 코스피는 2200선까지 밀렸습니다. 꺾인 줄 알았던 미국 인플레이션이 또 말썽이었습니다.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이어졌고, 이제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로 높아진 상태. 연말과 내년 금리 눈높이마저 높여놨습니다. 일부 FOMC 멤버들은 내년 금리를 5%까지 바라보고 있죠.

변수가 달라진 만큼 지난 7월 인터뷰했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애프터서비스(AS)’를 요청했습니다. 김 센터장은 “당시 인플레이션이 2분기에 피크 아웃(고점 통과)할 것이란 예측한 게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며 하반기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상선 기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상선 기자

두 달 전 인터뷰에서 전제했던 변수들에 변화가 생겼어요.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2018년에 0.75%포인트였으니까 그 정도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고 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외환시장이 매우 불안해지니까 한국이 미국과 어느 정도 격차는 유지하더라도 쫓아가야 하는 흐름이 됐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이비스텝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미국 상황이 달라지니까 거의 빅스텝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잖아요. 이 게임은 결국 미국이 멈춰야 끝나는 게임인 것 같아요.
역전된 한미 기준금리가 계속 벌어지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죠. 이미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고요. 미국은 연말까지 1.25%포인트 인상하는 게 컨센서스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연말 미국 기준 금리는 4.5%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죠. 한국이 현재 2.5%니까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총 1%포인트 올린다면 연말까지 3.5% 정도 됩니다. 한은 입장에서는 이 정도도 상당히 무리해서 올리는 것이지만, 1%포인트 차이는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한은이 이보다 더 올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고요. 통화가치 안정과 경기 둔화 문제, 가계부채 문제가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는 희생시켜야 하는 경제 변수 간 관계)에 있다 보니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 인터뷰 때 연말까지 코스피 2500선 안팎 박스권 전망을 하셨어요.
그때 전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6월에 고점을 찍고 둔화하는 것이었는데 8월에 예상보다 높게 나왔어요. 원래대로라면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 기조의 톤이 바뀌는 변곡점이 돼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저희가 잘못 봤습니다. Fed가 7월에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가 결국 9월에 다시 돌아선 것이기 때문에 설사 앞으로 한두 달 물가가 둔화한다고 하더라도 연말까지는 세게 갈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그때 봤던 것보다는 주가지수 레벨이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국내 주식 시장 대응도 달라져야 할까요.
지난번과 메시지는 같습니다. 투자자들이 바닥이 어디인지 맞춰서 베팅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질 때는 항상 기회가 오는 것도 맞는 거고요. 한 2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여윳돈으로 나눠서 투자하기 시작하면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설 때보다는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체적으로 코스피가 저평가 구간에 접어든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거든요.
정부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카드는 효과가 있을까요.
의미가 없지는 않은데 펀드 규모와 상관없이 시장의 큰 방향을 되돌릴 변수는 아닌 것 같아요. 과거 노태우 정권에서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주식을 사라고 돈을 빌려준 적도 있었는데도 시장의 방향은 바꾸지 못했거든요. 과거 증안 펀드가 나온 이후에 증시가 반등했었던 건 아니냐는 지적도 할 수 있는데, 길게 봐서 그런 거지 인과관계가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두 달 전보다도 더 빠졌어요.
마찬가지라고 봐요. 내가 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Fed가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기업체를 바로 파는 건 아니잖아요. 시장이 불안해졌기 때문에 제 가치보다 저평가되는 종목도 많아졌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기회가 오는 것은 맞습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에 실적이 나빠질 것 같은데 그러니까 주가가 미리 빠졌다고 봅니다.
이미 주식을 많이 들고 물려 계신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자발적으로 주식을 들고 가야 하는 장기 투자의 길에 접어든 분들이 많은데요. 지금 상황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도 저는 리스크를 높이는 것이라고 봐요. 코스피가 3300에서 1100포인트가 빠졌는데 100포인트 무서워서 파는 것도 또 어려운 일이거든요. 대신 투자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괜찮은 회사들 위주로 리밸런싱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회사로 바꾸는 것은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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