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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택스, 마트선 팔지 마라" 지침, 공정거래법 위반 아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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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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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GORE-TEX) 원단으로 만들어진 완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한 고어사의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납부 명령 등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한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아웃도어 제품 제조·판매 회사에 기능성 원단인 고어텍스를 판매하는 고어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형마트 판매 불가 방침을 세웠다. 국내 고객사에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도록 요구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제재를 부과했다. 실제로 이 방침을 어긴 르까프, 아식스, 프로스펙스, 스타런, 라이크빈, 비트로 등에는 원단 공급을 중단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9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제23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의 거래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고어사와 고어코리아에 시정 명령과 통지 명령을 내리고, 고어홍콩에 대해서는 36억 7300만원의 과징금을 내라고 했다.

회사 측은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20년 서울고법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정도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고어사 손을 들어줬다.

고어텍스 유통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고어텍스 유통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대법원 역시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당시 고어사가 세운 고급 브랜드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전략에 따라 중간재인 고어텍스 상표가 완제품에 함께 표시됐고, 고어사가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도 시행했다. 고객사 판매사원들에게 제품 관리 방법이나 제품 추천 방법 등을 직접 교육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대형마트 판매 금지 방침의 의도와 목적은 단순히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대형마트는 직영점이나 백화점보다 저가의 대량판매가 이뤄지고,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직원이 투입되기보다는 최소한의 직원만으로 운영되는 특성이 있다”라고도 설명했다.

고어사가 고객사들의 완제품 판매가격을 통제하지는 않은 점,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 비중이 5% 미만이었던 점, 대형마트를 제외한 다른 유통채널은 제한하지 않은 점 등 역시 고려했다. 대형마트 판매 제한은 합리적인 범위 내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중간재의 고급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등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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