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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BS 수신료 분리징수 가능한가" 한전, 법률자문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전력이 최근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해서 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법률 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달 한 법무법인에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징수하는 방안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달 한 법무법인에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징수하는 방안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 제공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달 한 법무법인에 TV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현재 한전은 방송법 제67조 등을 근거로 KBS와 체결한 위ㆍ수탁 계약에 따라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병기해 통합징수하고 있다. 양측은 3년 단위로 갱신협상을 하는데, 현 계약기간은 2024년 말에 만료된다. 현재 수신료는 가구당 2500원이다.

한전은 질의서에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고지ㆍ징수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항목별로 나눠 물었다. 특히 한전은 ▶계약기간 중에 계약변경이 가능한지 ▶계약 변경을 요청했음에도 상대방이 거절하는 경우, 이를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계약을 연장할 시 계약변경이 가능한지 ▶계약 변경을 상대방이 거절하는 경우, 이를 사유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는지 ▶계약 상 자동갱신 제한 사유로 담겨있는 ‘특별한 사유’는 통상 어떤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 등 구체적인 경우의 수를 나열하며 계약변경 가능성을 물었다.

법률자문을 담당한 법무법인은 먼저 “현 상황에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고지ㆍ 징수하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이 경우 한전은 KBS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리징수가 가능하도록 계약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만일 합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계약 내용의 의사합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므로 계약기간 만료 시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전이 KBS에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징수를 요구했는데 KBS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특히 한전은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경우 KBS가 지불해야 하는 예상비용도 추계했다. 한전은 KBS가 분리징수를 할 경우 현재 한전에 내고 있는 수수료 419억원에 더해 약 1850억원의 추가비용이 매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KBS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할 때 연간 약 2269억원의 수수료를 내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전이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에만 4만8114건의 TV 수신료 관련 민원을 처리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원치 않는 수신료가 부과됐으니 환불 해 달라’는 민원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해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TV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더라도 한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현재 KBS로부터 징수액의 6.15%를 위탁 수수료로 받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정부ㆍ여당은 일관되게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는 체계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KBS가 한전의 전기요금에 같이 붙여서 (수신료를)받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 편파 방송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도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수신료 징수를 둘러싼 국민 여론도 최근 심상치 않다. KBS는 지난해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는데, 같은 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국민 10명 중 8명(84.1%)이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당시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권명호 의원은 “국민적 요구가 큰 사안인 만큼 한전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분리징수가 될 수 있도록 조속히 계약변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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