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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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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조금 뜬금없지만, 재개봉으로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가 있다. 2009년에 개봉했던 부지영 감독의 첫 장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13년 만에 다시 만나는 신선함이다. 젊은 관객에겐 낯설 수도 있지만,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적잖은 충격을 선사했다. 혹자가 “‘식스 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라고도 했던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자매의 화해를 다룬 흐뭇한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진정 느닷없었다.

그 영화 이 장면

그 영화 이 장면

영화는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아빠가 다른 자매 명주(공효진)와 명은(신민아). 명은은 언니 명주에게 자신의 아빠를 함께 찾으러 가자고 한다. 오래전 자취를 감춰 기억이 나지 않는 아빠. 남아 있는 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엄마와 아빠와 언니가 찍은 가족사진 한 장뿐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조금은 심심한 가족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절대로 누설해선 안 될 강력한 스포일러를 지닌 영화다. 단서는 명은 없이 세 사람만 함께한 바로 그 사진.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로드 무비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결국 그 모든 사연이 이 사진 한 장으로 수렴되어 응축된다.

명은이 아빠라고 알고 있는 사진 속 이 남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그는 어린 딸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일까. 왜 명은의 기억 속엔 아빠가 없는 것일까. 그 모든 비밀을 이 사진은 품고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