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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늘자 메뉴 업그레이드…‘짬밥’의 선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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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상암동의 CJ프레시웨이 본사 구내식당. [사진 각 업체]

서울 상암동의 CJ프레시웨이 본사 구내식당. [사진 각 업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오전 11시30분 점심 배식이 시작되자마자 5m 정도 줄이 생겼다. 이날의 주메뉴는 ‘슈프림 양념치킨’. 근처 직장에 다닌다는 유모(28)씨는 “올 때마다 줄을 서야 하지만 한 끼에 5500원인데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가 좋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역 근처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인근 캠코양재타워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다. 윤씨는 “요즘 김밥에 라면만 사 먹어도 5000원이 넘어가는데, 구내식당은 영양 갖춘 식단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근 외식 물가 급등에 따른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에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몰린다. 이는 업체들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9일 급식·식자재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4월 이후 주요 급식·식자재 업체의 실적이 급상승했다. CJ프레시웨이·삼성웰스토리·신세계푸드·현대그린푸드 등 주요 업체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25.2% 늘었다. 〈그래프 참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직장 급식만 따로 보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오피스 구내식당 급식 서비스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46%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오피스 대상 단체급식 인원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8% 늘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리오프닝에 물가 폭등이 겹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단체급식 이용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작명의 60여개 메뉴를 제공하는 삼성 웰스토리의 ‘갓생활백서’ 메뉴. [사진 각 업체]

재미있는 작명의 60여개 메뉴를 제공하는 삼성 웰스토리의 ‘갓생활백서’ 메뉴. [사진 각 업체]

급식·식자재 업체들은 늘어난 구내식당 족(族)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 CJ프레시웨이는 ‘봉추찜닭’ ‘돈마호크(뼈가 붙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같은 특식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반조리 된 대용량 밀키트를 사용한다. 이용객이 늘어 급식 조리실 환경이 바빠진 것을 고려해서다. 외식 프랜차이즈 생어거스틴과 협업한 태국 전통 요리 ‘꿍 팟 봉커리(새우 커리)’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4~8월 이들 밀키트 제품의 매출은 월평균 46%씩 증가했다. 직장인들은 구내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이색메뉴를 즐기고, 조리실은 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대용량 밀키트로 조리한 봉추찜닭이 담긴 식판. [사진 각 업체]

대용량 밀키트로 조리한 봉추찜닭이 담긴 식판. [사진 각 업체]

현대그린푸드는 샐러드·도시락 등 테이크아웃 코너를 확대하고 있다. 무인 자판기로 테이크아웃 메뉴를 주문한 후 픽업하거나,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셀프 조리 코너도 운영한다.

아워홈은 건강 맞춤형 식단을 운영한다. 고객에 따라 생식, 발효식, 가열식 등을 제공한다. 스타셰프, 인기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 메뉴도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도 식자재 가격 급등이 최대 고민이다. 식단가는 쉽게 올리기가 어려워서다. 식단가는 회사의 지원 여부 등에 따라 1인당 3800원부터 1만2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적정 가격에 충분한 물량을 수급하는 게 필수다.

식자재 3만5000종을 취급하는 CJ프레시웨이는 품귀가 예상되는 품목은 사전에 예측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다. 배추 수급이 불안정하면 열무김치→파김치→갓김치로 대체한다. 풀무원도 배추김치를 겉절이나 깍두기로 바꾸는 식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현대그린푸드는 매년 하반기 물가 인상이 예상되는데 저장이 가능한 품목은 3~7월에 10~30%가량 많은 물량을 비축한다.

저가 입찰보단 아예 고급 메뉴로 차별화하는 경우도 는다. 직장인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고급·이색 메뉴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백화점 외식 매장에서 파는 프리미엄 식자재 등을 단체 급식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지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구내식당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영양사가 짠 짜임새 있는 특식 메뉴,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메뉴를 제공하면 구내식당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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