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초과이윤세)’ 논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3분기 정유업계 이익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 상반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12조3200억원에 달한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1075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지만 전 분기(2조329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증권가 전망치는 8744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전 분기 실적(1조7220억원)을 훨씬 밑돈다.
업계는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0년과 지난해 실적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좋지 않았던 데다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례적 호황을 누려 이 같은 3분기 전망이 나온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대외 악재가 잇따라 단순히 2분기 초호황에서 정상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달러로 고꾸라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등유 같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의미한다. 이는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보통 4~5달러 이상이면 수익, 이하면 손실로 본다.
하루 기준으로는 지난 15일 배럴당 -1.6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이다. 16일 -2.95달러 등 20일까지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업계는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휘발유 수요 둔화 등 수요 위축을 들었다. 중국이 휘발유 등 정제유 수출 쿼터(할당량)를 1000만~1500만t 늘릴 것이라는 관측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가 변동성이 커진 점 역시 부정적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1·2분기 사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서 120달러 정도로 상승했을 때 정유사 영업이익의 30% 안팎이 재고 평가와 관련한 이익이었다”며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평가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27일 가격은 84.25달러로 하반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사로서는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고환율) 움직임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