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오늘 우크라 점령지 합병조약 강행…푸틴 직접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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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경 인근 도로에 조지아로 출국하려는 차량이 몰려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실시한 병합 주민투표가 가결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이 오는 30일 이들 지역과 영토합병을 위한 조약 체결식을 맺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내 4개 영토(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전체의 편입 협정에 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15%를 차지하는 이들 지역에선 지난 27일 닷새간의 주민투표가 마무리됐으며 개표 결과 87~99%의 찬성률로 러시아 편입 안이 가결됐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주민투표를 불법적인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전쟁 경비 조달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악재를 만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원유 수출 실적이 최근 들어 외려 악화하고 있어 전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원유시장 분석업체 오일엑스의 닐 크로스비 수석 애널리스트는 WSJ에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지난달 480만 배럴에서 이달 들어 450만 배럴로 감소했다”며 “주요 수입국인 중국·인도·튀르키예(터키)가 물량을 줄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도 고민거리다. 국제유가 벤치마크(기준점)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85달러 선으로 지난 6월 대비 약 30% 하락했다. 서방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는 국제시장에서 시가보다 배럴당 20달러 정도 낮은 약 65달러 정도로 원유를 팔고 있다. WSJ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추정한 최소 수지 균형점이 지난해 기준 배럴당 69달러임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손해를 보며 원유를 팔아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원령에 응소하는 청년이 27일 모스크바에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킹 달러(달러 강세)’ 상황에서 루블화의 상대적 강세도 악재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1달러에 58.86루블에 거래됐다. 지난 3월 달러당 130루블까지 떨어졌던 루블화 가치는 5월 중순부터 60달러 안팎으로 회복됐다. WSJ는 “(루블화 강세로) 해외 원유 판매 대금을 루블화로 전환하면 실질 수출 수입이 예전보다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까지 흑자를 나타내던 러시아 재정은 지난달 3000억 루블(약 7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재정 흑자 예상치는 7월 말 481억 루블에서 8월 말 137억 루블로 줄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재정 수입의 약 45%가 석유·가스 수출에서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카자흐스탄·조지아·유럽연합(EU) 등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 21일 이후 일주일 만에 국경을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으로 9만8000명, 조지아로 5만3000명, EU 회원국으로는 6만6000명 등이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탈출에) 전세기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며 “일부는 항공 좌석 확보를 위해 수천 달러를 지불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경영대학원의 막심 미로노프 교수는 “국경 밖으로 탈출한 수많은 남성은 전투 가능 연령층인 동시에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라며 “노동력 유출은 향후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로노프 교수는 “원유·가스 수익이 말라붙는 와중에 등장한 동원령이란 불확실성이 러시아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진·이승호·김서원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