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부동산으로 내리막길 걸어도 '자동차'는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20:14

업데이트 2022.11.29 10:47

우리의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30만 위안(약 5900만 원) 이하 가격대에서 가장 좋은 전기차 SUV로 인정 받는 것이다.

헝츠(恒馳)5 사전예약 발표회에서 류융줘(劉永灼) 총재 [사진 소후닷컴]

헝츠(恒馳)5 사전예약 발표회에서 류융줘(劉永灼) 총재 [사진 소후닷컴]

올해 7월, 헝다자동차(恒大新能源汽車, 00708.HK)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인 헝츠(恒馳)5 사전예약 발표회에서 류융줘(劉永灼) 총재는 위와 같은 포부를 밝혔다. 류 총재가 언급했듯 헝츠5의 출고가는 17만9000위안(약 35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테슬라 모델 Y의 절반 가격이며,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약 7~10만 위안 가량 저렴하다. '가성비'를 내세운 헝츠5는, 발표회 이후 2주만에 3만7000대 선주문이 들어왔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9월 16일, 톈진(天津)에 위치한 전기차 공장에서 헝츠5의 양산이 개시됐다. 헝다자동차가 내놓은 첫 번째 차량이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헝츠5는 닝더스다이(CATL)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LFP)를 탑재, 최대출력 150kW, 최대토크 345N·m의 고효율 모터를 적용했으며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602㎞, 제로백은 7.8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Qualcomm) 8155 칩도 탑재됐다. 여기에 일본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통하는 나카무라 시로 닛산의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참여했다. 동급 모델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성능이나 디자인까지 '저가'로 설정하지는 않았다.

헝츠5 [사진 헝다자동차]

헝츠5 [사진 헝다자동차]

또, 헝다자동차는 구매자가 차량을 인도한 후 15일 내 전액 환불, 구매 3년 이내라면 구매 가격의 40%로 차량 반환이 가능하도록 해 아직 검증된 바없는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완화했다.

헝츠5는 내달부터 선주문 고객에게 차례로 인도를 시작한다. 헝다는 2025년까지 연간 100만 대의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헝다자동차는 2019년 당시 20억 달러(약 2조 7880억 원)를 들여 설립됐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헝다자동차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전기차 자회사다. 쉬자인(許家印) 헝다 창업자 겸 회장은 2021년 10월, 회사 내부 회의에서 향후 10년 안에 그룹의 주요 사업을 부동산에서 자동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자동차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을 드러냈다.

2020년 헝다자동차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헝다는 자동차 연구개발 및 제조에 474억 위안(약 9조 4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은 주로 연구 개발과 공장 건설에 쓰였다. 헝다자동차는 2019년 스웨덴 전기차 업체 NEVS 매입을 시작으로, 독일 FEV·EDAG,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등 글로벌 기업과 전략 제휴를 맺어 차량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 투자로, 헝다자동차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양산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가총액으로만 중국 자동차 업계 2위(2021년 1월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전망이 밝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헝다그룹이 유동성 악화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지자 헝다자동차도 덩달아 삐걱대기 시작했다.

헝다자동차 [사진 소후닷컴]

헝다자동차 [사진 소후닷컴]

모기업 디폴트 선언, 자동차 사업부에는 타격 없을까?

헝다가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기 한 달 전, 헝다자동차는 미개발 토지를 되팔아 12억 8400만 위안(약 2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모기업 헝다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헝다자동차 역시 협력업체나 직원들에게 대금과 임금을 지불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당 자금은 임금 지급 및 생산 설비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헝다자동차는 가진 것을 내놓으면서 자동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헝다자동차 매각설', '양산 지연' 등 뒷말이 무수했다. 실제 계획했던 양산 시점보다 약 3개월 가량 늦어지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자재 수급 등의 이슈가 겹쳤던 것은 사실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헝치자동차는 포기하지 않고 첫 양산을 달성했다.

그러나, 양산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헝다는 자동차 사업으로 재기를 노린다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테슬라, 비야지, 상하이GM우링,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 등 경쟁 업체를 따라잡기도 역부족인데다, 원자재나 부품 가격이 사업 초기 상황과는 크게 달라져 '가성비' 포지셔닝을 계속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부동산 회사들이 신에너지차에 꽂힌 사연?

헝다는 2020년 기준, 중국 내 자산 규모 1위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였다. 그러나 2016년 중국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子是用來住的, 不是炒的)라는 슬로건 하에 부동산 투기 방지게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국은 관련 업체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적용했고, 부동산 개발 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에 부동산 업체가 향후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 바로 신에너지차 시장이었다. 중국의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은 2018년 광둥성 포산에 신에너지차 타운을 구축했고, 화샤싱푸(華夏幸福)는 난징 리수이 지역에 신에너지차 산업기지를 건설했다. 완다그룹은 주하이인룽신에너지(珠海银隆新能源)에 5억 위안을 투자했다.

중국 공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의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하이브리드 전기차·수소 전기차) 보유량은 1100만 대에 이른다. 세계 최대 신에너지차 시장이다. 취득세 감면, 구매 보조금 지급, 충전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지원 정책에 힘입어 경기가 둔화된 와중에도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은 역성장 중이다. 특히 중국 토종 기업의 전기차 침투율이 높아, 시장 전망 자체는 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발 주자라는 핸디캡과, 모기업의 자금난, 높은 물가 때문에 '가성비'를 내세운 헝치자동차가 시장에 무난히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양한 요인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며, 아직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로는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헝다자동차가 헝다그룹을 구원하게 될 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헝치5의 성공에 달렸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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