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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도 안돼" 전기차 진동 잡는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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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8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동보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차에 들어갈 초정밀 기어를 만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8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동보 공장에서 직원이 전기차에 들어갈 초정밀 기어를 만들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내연기관 엔진에 들어가는 기어 부품은 30개가 넘지만 전기차 모터룸에는 4~5개면 충분해요. 대신 모터의 회전이나 출력을 정확하게 바퀴에 전달하기 위해선 정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부품 업체 ㈜동보 아산공장 가보니 #“전기차 모터룸에 들어가는 정밀 기어 생산 #현대차그룹 지원으로 전동화 전환 앞당겨”

28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동보 자동차부품 공장. 파란색 로봇팔이 톱니처럼 생긴 기어를 쉴 새 없이 실어 나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공장 내부는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유현상 동보 상무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개수는 줄었지만 품질은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장 곳곳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품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감속기용 기어를 주로 생산하는데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약 10㎛·마이크로미터)의 오류만 생겨도 모든 과정을 검사할 만큼 품질관리가 엄격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김지만 동보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뒷 배경은 동보가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를 자동차 부품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상조 기자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김지만 동보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뒷 배경은 동보가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를 자동차 부품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상조 기자

이 회사는 1966년 창업했다. 처음엔 서울 용산구의 작은 창고에서 기계부품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인천에 공장을 짓고 현대차‧기아 등에 납품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 현대차가 “130년 엔진 역사를 새로 썼다”고 자랑하는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동보가 만들었다. 엔진 진동을 잡아내는 장비 특허도 갖고 있다. 자체적으로 변속기 장비도 개발해 GM‧르노‧닛산 등에 공급한다.

하지만 친환경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재편되면서 하루아침에 위기를 맞았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구동장치 등 기계부품이 중심이었다면, 친환경차 시대엔 2차전지나 전장부품의 중요도가 커진다.

실제로 환경 규제 강화로 유럽연합(EU)·중국 등이 전기차 도입을 확대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2020년엔 영업적자를 냈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완성차 업체의 주문이 급감했다.

김지만 동보 대표는 “아찔한 과거”라며 당시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지근한 물 속에 있던 개구리는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잖아요. 솔직히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여기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정말 아찔하더군요.”

이때부터 전기차나 로봇‧항공 부품으로 사업영역 확장을 준비했다. 엔진과 변속기에만 국한했던 핵심 제품 범위를 없애고, 신사업을 찾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 대학 연구소 등을 찾아다녔다.

이때 지난 40년간 협력 관계를 다져온 현대차그룹의 지원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가 협력업체를 초청해 주최하는 ‘전기차 대응 세미나’가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최신 모델의 전기차 대여섯 대를 현대차 연구진과 함께 분해해봤다”며 “이 과정에서 앞으로 주목할 기술이 무엇인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이후 모터와 감속기, 회생장치 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에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 동보 공장에서 자동 로봇팔이 움직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 동보 공장에서 자동 로봇팔이 움직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런 성과가 구현된 곳이 동보의 아산 공장이다. 동보는 지난해부터 아이오닉 5·6 등에 들어가는 전기차 부품을 본격적으로 생산 중이다. 이처럼 한 발짝 빠른 대응에다 코로나19 이후 완성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회사 실적은 가속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174억원으로 전년보다 37.4% 성장했다.

김 대표는 “현대차의 지원 덕분에 내연기관 부품 업체에서 전동화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다”며 “이렇게 완성차 업체가 구심점을 잡고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세한 진동을 잡거나 부드러운 감속을 내는 기술은 아직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전기차를 중심 모델로 잡고 부품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면 국내 부품 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만 동보 대표가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지만 동보 대표가 28일 충남 아산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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