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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불황에 교역조건 역대 최악…기업 체감경기도 '꽁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교역조건이 18개월 연속 나빠지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한국 주력수출 상품의 가격 하락이 원인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원화가치 하락) 등 3고(高) 위기에 따른 기업의 경기둔화 우려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2015년=100)로 통계를 작성한 198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 컨테이너로 가득 쌓여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2015년=100)로 통계를 작성한 198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 컨테이너로 가득 쌓여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년 전보다 10.3% 하락한 82.49(2015년=100)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한 1988년 이후 최저다. 순상품교역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매달 하락하고 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상품 100개를 수출하면 82.49개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했다는 뜻이다. 1년 전에는 상품 91.94개를 수입할 수 있었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도 100.99(2015년=100)로 1년 전보다 5.7%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역조건이 악화된 데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 수입가격(13.6%)이 수출가격(2%)보다 크게 오른 결과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달 유가도 떨어졌지만, 최근 반도체와 석유제품 가격 약세 등으로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좀 더 하락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7월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커지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1~8월)는 94억70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역대 최대다. 이달 1~20일에도 무역수지는 41억 달러(약 5조7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국민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68조412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 감소했다.

다만 수출 금액과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136.84)는 1년 전보다 7.2% 상승했다. 22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도체 등 컴퓨터ㆍ전자 및 광학기기(-9.2%)가 하락했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110.8), 운송장비(28.2%) 등이 증가해서다. 수출물량지수(122.43)도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수출금액지수(227.66)가 1년 전보다 7% 줄었다. 반도체 수출금액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2020년 4월(-7.8%)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339.79)는 1년 전보다 15.9% 늘었다.

수입 물량과 금액은 수출보다 더 크게 늘고 있다. 수입금액지수(184.49)는 1년 전보다 28.8% 상승했다. 원유 등 광산품(77.2%)과 컴퓨터ㆍ전자 및 광학기기(15.8%)의 오름폭이 컸다. 수입물량지수(136.17)도 1년 전보다 13.4% 늘었다. 수입물량지수는 지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다. 석유 등 광산품(23.7%)과 자동차 등 운송장비(53%)가 늘어난 영향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업의 체감경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 BSI는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 78을 기록했다. 2021년 2월(76)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BSI가 100 미만이면 이전과 비교해 경영상황 등이 악화할 것이라고 체감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 14~21일 전국 3255개 기업(응답 2817개)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BSI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컸다. 제조업 업황 BSI는 전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74를 기록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전자ㆍ영상ㆍ통신 장비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13포인트 내렸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1차 금속이 11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은 1포인트 하락한 8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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