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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거친 수원 "영통소각장 이전" 결정...대체부지 선정 폭탄돌리기는 시작

중앙일보

입력

이재준 경기 수원특례시장이 ‘자원회수시설 미래 비전과 민선8기 갈등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수원시

이재준 경기 수원특례시장이 ‘자원회수시설 미래 비전과 민선8기 갈등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수원시

 경기도 수원특례시 도심에 위치해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수원자원회수시설(쓰레기 매립·소각장)’이 이전한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 토론에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임기 내에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부지와 이전 시기 등은 제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해 결정할 예정이다. 여의치 않으면 인근 지자체와 협의해 광역소각장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이전과 관련된 모든 행정 사안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 자원회수시설로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부지 선정 폭탄돌리기는 이제 시작

 수원자원회수시설이 영통동에 들어선 건 지난 2000년이다. 하루 처리용량이 300t인 소각로 2기(총 600t)가 수원 전역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겨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한다. 소각장 건설을 계획할 때만 해도 영통동 일대는 논·밭이 즐비한 벌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영통지구 택지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003년 영통구가 신설되면서 사정이 변했다. 시설 주변으로 주택과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섰다. 지난 1월 현재 영통구의 인구는 37만800명이 넘는다.

 영통구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수원자원회수시설 운영 중단 및 이전을 요구하자 수원시는 고민에 빠졌다. 환경부 기준에 따른 내구연한(15년)이 도래한 2015년까지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하자 수원시는 지난 2018년 2월 시설을 보수해 2038년까지 연장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수원시자원회수시설. 수원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이다. 내구연한(15년)을 훌쩍 넘겨 22년째 운영하면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전 요구가 이어졌다.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수원시자원회수시설. 수원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이다. 내구연한(15년)을 훌쩍 넘겨 22년째 운영하면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전 요구가 이어졌다. 수원시

 이에 주민들은 “사전 협의도 없이 결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소각장 이전은 지난 6·1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전을 공약한 이 시장은 ‘시민 공론화’를 추진했다. 지난 3개월간 영통 주민경청회와 수원시민 200여명으로 구성된 숙의단을 구성해 두 차례에 걸친 토론 등을 거쳤다. 지난 24일 숙의단에 참석한 이들을 대상으로 자원회수시설 관련 선호도를 최종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4%가 ‘이전 추진’에 동의했다. ‘자원회수시설 이전 방식’으로는 ‘수원지역 내 적당한 장소 이전(주거격리지역)’이 47.4%로 가장 많았고, ‘광역화를 통한 주변 지자체와 공동 활용’은 38.7%였다.

 수원시는 대체 부지를 선정하고 소각장을 새로 짓고 부대시설을 완전히 이전하는데는 1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체 부지로 선정된 주민들의 반발도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시장은 “자원회수시설 이전에 걸리는 시간 동안 발생할 시민 불편도 해결하겠다”며 “자원회수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 개선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소각장 문제 논란 이어져

 쓰레기 매립·소각장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수도권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시가 지난 8월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지로 마포구로 선정하자 주민들이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고 구청장 및 지역 국회의원들도 반발에 편승해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에서 열린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선정 전면 백지화 촉구 주민 촛불문화제에서 상암동 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하루 750t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마포 소각장을 대체, 하루 1000t을 처리하는 새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을 2027년부터 운영하고, 기존 소각장도 2035년 철거 예정 때까지 계속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마포 소각장 인근 마포구 주민들과 함께 최근 입주한 고양시 덕은지구 주민들이 당혹감과 함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스1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에서 열린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선정 전면 백지화 촉구 주민 촛불문화제에서 상암동 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하루 750t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마포 소각장을 대체, 하루 1000t을 처리하는 새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을 2027년부터 운영하고, 기존 소각장도 2035년 철거 예정 때까지 계속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마포 소각장 인근 마포구 주민들과 함께 최근 입주한 고양시 덕은지구 주민들이 당혹감과 함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스1

 김포시는 고양시와 공동으로 생활 쓰레기 광역소각장 건립을 추진 중인데 유치 의사를 보이는 동네가 없어 고민 중이다. 부천시는 소각장을 갖춘 자원순환센터 증설 및 광역화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단독 시설로 추진하자니 재원이 부족하고, 광역화하자니 주민들이 반발이 걱정되는 상황이라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2025년 인천 수도권매립지 사용이 종료되면서 지자체마다 대체 용지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마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라며 “후보지를 찾기 위해 높은 인센티브 제공이나 공론화를 추진하는 지자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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