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급증에…무통장 입금 한도 1회 50만원으로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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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금융ㆍ통신분야 보이스피싱 방지대책을 내놨다. 중앙포토.

29일 정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금융ㆍ통신분야 보이스피싱 방지대책을 내놨다. 중앙포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계좌번호만으로 현금을 입금할 수 있는 무통장 거래 한도가 1회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어든다. 비대면 계좌개설도 까다로워 지고, 통신사에서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수는 월 3회선으로 제한된다.

29일 정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ㆍ통신분야 보이스피싱 방지대책을 내놨다. TF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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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액은 3년 전(4044억원)보다 1.9배로 늘어난 7744억원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보이스피싱과 스토킹 등 서민 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늘어나는 ‘대면편취’와 비대면 계좌개설을 악용한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계좌이체 대신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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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통장이나 체크카드 없이 계좌번호만으로 현금을 입금하는 한도를 1회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인다. 실명확인 절차가 없는 ATM 무통장거래가 대면편취한 자금을 범죄조직 계좌로 모으는 창구로 활용된다는 판단에서다. 수취계좌의 실명확인 없는 ATM 무통장 수취 한도도 1일 기준 300만원으로 한정했다.

내년부터는 비대면 계좌개설도 까다로워진다. 신분증 사본을 통한 실명 확인을 할 때 금융결제원의 신분증 진위확인시스템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 위조나 도용을 막기 위한 검증 절차다.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영상 통화로 계좌주의 얼굴을 확인하고, 기존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등 본인 확인을 위한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1원 송금’을 통한 실명확인 절차도 보완할 계획이다. 송금 시 인증번호 유효기간을 최대 15분 이내로 단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유효기간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계좌개설 후 오픈뱅킹에 가입하면 사흘 동안 자금 이체를 차단하기로 했다. 시스템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무렵 시행될 예정이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ㆍ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피해자 명의 알뜰폰을 이용해 계좌를 만든 후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계좌의 돈까지 가로채는 사례가 늘자 이체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사기 이용계좌도 금융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그동안 대면편취형은 피해자의 자금이 이체된 게 아니기 때문에 피해환급금 지급 등의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 정부는 현금을 가로채는 행위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관문’ 역할을 하는 대포폰(불법으로 차명 개설한 휴대폰) 유통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인당 개통 가능한 회선 수를 다음 달부터 최대 3개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가입자 1인당 통신사별 3개 회선, 최대 150개 회선까지 개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가입 과정에서 통신사가 다회선 개통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사기인 스미싱을 막기 위해 금융ㆍ공공기관 등이 발송한 정상 문자에는 ‘안심마크’를 붙일 예정이다. 예를 들어, 우체국에서 택배 발송 메시지를 보낼 때 발신 번호 옆에는 우체국 로고가, 메시지 본문에는 ‘확인된 발신번호’라는 마크가 붙는다.

과기정통부는 또 보이스피싱 등 불법 전화번호로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도록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 사업자들 간에 번호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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