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권성동 다 심판대 올린 이유는…李 중징계 밑밥 깔기?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15:58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 사진은 7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 사진은 7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29일 새벽 여당의 전직 ‘투톱’을 나란히 심판대에 올리자 당은 종일 뒤숭숭했다. 이양희 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절차 개시가 있었다”며 “권성동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고 이 당원, 권 의원 모두 10월 6일에 출석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권 의원은 불과 3달 전만 해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게다가 권 의원 징계 회부는 당 관계자조차 “의외였다”고 할 만큼 기습적이었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내며 징계를 예고했지만, 권 의원 징계에 대해선 아무런 사전 시그날이 없었다.

윤리위가 왜 권 의원 징계 절차에 돌입했을까. 권 의원은 8월 26일 당 연찬회에서 지도부가 공언한 ‘금주령’을 깨고 뒤풀이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고, 관련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 권 의원 측은 “취재진 격려 차원이었고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후 일부 당원들이 권 의원을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제소했고, 윤리위원 만장일치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는 게 윤리위 측 설명이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와 권성동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10월 6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전 대표와 권성동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10월 6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

하지만 당내에서는 윤리위의 설명이 “표면적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많다. 윤리위에 제기된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앞서 친이준석계를 중심으로 윤리위가 특정 친윤 그룹에 발맞춘 행보를 보인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의 이익을 위하여’의 줄임말이 윤리위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당밖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경북대 강연을 마친 뒤 “윤핵관과 윤리위 사람들이 무리하게 징계를 하니까, 배후에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냔 의심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당 중진의원도 “대표적 윤핵관인 권 의원을 나란히 징계 테이블에 올려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만 중징계하면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에 권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관측이다. 한 초선 의원도 “이 전 대표 중징계를 위한 밑밥 깔기, 혹은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리위가 권 의원의 경우 처럼 단순 음주를 중징계한 사례는 없다. 2019년 김재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다가 ‘음주 심사’ 논란에 휩싸인 적 있는데, 윤리위에 회부되지 않고 당 차원의 경고로 끝났다. 당 중진 의원은 “금주법 시대도 아니고 금주령을 어겼다고 중징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 사진은 6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보훈학술 세미나에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한 모습.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권성동 전 원내대표. 사진은 6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보훈학술 세미나에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한 모습. 김경록 기자

윤리위가 징계 논의를 다음 달 6일로 정한 것을 두곤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지켜보면서 이 전 대표 징계 수위를 가늠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 섣불리 이 전 대표를 중징계했다가, 자칫 가처분이 인용되면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이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사건을 다음 주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가 10월 14일까지인 이양희 위원장이 어떻게든 임기 내에 징계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가처분 결과를 지켜보되, 최소 추가 당원권 정지 처분 등을 통해 이 전 대표의 내년 초 전당대회 등판을 막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잔인하지만 뜨거운 걸 만지고 아파보는 방법밖에 없다”며 “아무리 말로 설명해봐야 안 된다. 빨리 뜨거운 것을 만져보게 놔두자”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 측은 “무리한 징계에 대한 후폭풍을 경고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권 의원은 “독립기구인 윤리위에 대한 입장 표명이 본의와 무관하게 당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리위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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