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의 동원령에 공포의 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예비군 30만명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조지아 국경 검문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조지아는 러시아 국민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여서다. 국경 검문소에 인파가 계속 몰리면서 지난 27일엔 러시아를 떠나려는 차량 행렬이 16km나 늘어선 모습이 위성사진에 드러났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러시아쪽 국경을 이미 폐쇄했거나 폐쇄할 예정이다. 조지아가 ‘엑소더스’ 현장이 된 이유다.
AP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국경 지역인 러시아측 북오세티야에선 진풍경도 포착됐다. 차량 통행이 여의치 않자 일부 남성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도 생겨났다. 이들은 물과 담요 등을 제공하며 예비 징집 거부자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러시아인들을 보는 조지아 국민의 시각은 싸늘하다. 일부는 “러시아 탈영병들, 당신들은 환영받지 못해(RUSSIAN DESERTERS, YOU ARE NOT WELCOME)”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EU 회원국들은 더 단호하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동원령 때문에 러시아를 도망치는 사람은 전쟁을 반대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들을 '양심적 반대자'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원령을 피하려는 러시아인들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안팎에선 도피를 막기 위한 국경 폐쇄 또는 계엄령 발령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 급기야 러시아 정부가 조지아와의 국경 검문소를 조만간 폐쇄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인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26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중 조지아로 간 러시아인이 5만3000여명이다. 한편 월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8일 CBS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한다 해도 훈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장비나 물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