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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급과잉 후폭풍? 미분양 2배 폭증, 건설사 줄도산 공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매년 매출 500억원 이상을 유지하던 서울 기반 A 건설사는 지난 5월 18일 도산(당좌거래 정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유동성 위기 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실패해서다.

#. 전년 매출액이 300억원대였던 부산 기반 B 건설사도 지난 6월 3일 도산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음에서 부도가 발생했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도산 우려도 현실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작년 한 해 동안 12개 건설사가 도산한 것에 비해, 올해엔 상반기에만 8개의 건설사가 이미 도산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제 시작일 뿐, 공급 과잉의 부작용이 건설사 줄도산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활황기 확 꺾인 도산…올해 반등 추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하락 국면을 보이던 건설사 도산 업체 수는 올해 다시 반등 추세를 보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48개였던 도산 업체는 ▲2020년 24곳 ▲2021년 12곳으로 급속히 떨어졌다. 이 시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분양 경쟁도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의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흐름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6월까지 도산한 8개 건설사 숫자는 단순 비교상 전년 대비 1.3배 많아진 수치인데, 문제는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위기 징후가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A 건설사처럼 매출액(전년 기준) 500억~1000억원 규모의 대형 건설사가 무너진 건 지난해엔 없었던 일이다. 구체적으로 작년엔 ▲100억~500억원 5곳 ▲100억원 미만 7곳이 도산했고, 올해엔 ▲500억~1000억원 1곳 ▲100억~500억원 3곳 ▲100억원 미만 4곳이 도산했다.

문제는 이제 시작…업계 “줄도산 공포 현실화”

부동산 업계에선 “예상이 현실화했다”고 반응하며 도산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활황 직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줄도산 공포가 생겨났다”며 “모든 시장 경제가 그렇듯, 흐름이란 게 한번 생기면 금융권의 자금 동결 등 악순환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택 미분양 폭증 사례가 나타난 점도 건설사 줄도산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지난달 31일 국토부가 발표한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7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호로, 전년 동기(1만5198호) 대비 2배로 뛰었다.

고금리와 미분양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체력도 약해진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135.6%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2.9%포인트 급증한 수치이며, 지난해 3분기 117.1%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속칭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는 상황은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월 1만7844호까지 떨어졌던 분양 물량은 9월 5만1633호(추산)로 급증하는 등 건설사들이 분양을 늘리고 있다.

사진 부동산R114 캡처

사진 부동산R114 캡처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활황기에 맞춰 빚을 내 공급을 준비하던 건설사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량을 쏟아내는 지경”이라며 “결국 사업 시기를 조정하기 어려운,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부터 차례로 도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향후 수년 내에 전체 건설사 중 최소 10%에서 많게는 3분의 1 수준까지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병욱 의원은 “퍼펙트 스톰 위기가 예측되는 현 상황에서 건설사까지 줄도산하게 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침체가 앞당겨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위와 국토부가 건설사들의 줄도산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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