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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최장 '213시간 산불'난 울진..."전국 숲길 컨트롤타워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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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뉴스1

지난 3월 13일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본 산들이 잿더미로 변해있다. 뉴스1

지난 3월 기록적인 산불이 할퀴고 간 경북 울진군. 화마가 휩쓸고 간 산은 불에 탄 부분은 검고 누렇게, 살아남은 나무는 짙은 녹음이 우거져 산등성이에 얼룩무늬가 그려졌다. 산불이 난 지 반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때 상흔은 여전하다.

산불이 진화될 때까지 걸린 213시간 43분. 역대 최장 기록을 남긴 산불이 난 경북 울진에 전국의 숲길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한국등산·트레일지원센터’를 만들어 산림자원 회복의 가치를 알리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레일(trail)’은 산속에 난 짧은 길이나 오솔길을 말한다.

산림청, 전국 숲길 연결하는 기본계획 시동

산림청은 지난 6월 29일 전국 숲길을 촘촘히 연결하는 ‘제2차 숲길의 조성·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한 제1차 기본계획으로 2만716㎞ 규모의 숲길을 전국에 조성한 데 이은 두 번째 장기 프로젝트다.

제2차 기본계획의 핵심은 전국의 숲길을 연결하는 ‘숲길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와 함께 숲길 인증제, 숲길 지수 도입, 국가 숲길 지정 확대 등 숲길의 질적 향상에 방점을 뒀다. 충남 태안과 경북 울진까지 849㎞ 거리를 잇는 동서트레일을 비롯해 총 1만9871㎞의 숲길을 조성·정비할 방침이다. 숲길 따라 산촌 거점 마을 107곳을 조성하고 구간마다 소규모 야영장 143곳을 조성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전국 숲길 연결망 구축안. 사진 산림청

전국 숲길 연결망 구축안. 사진 산림청

숲길을 연결하는 구간이 훼손돼 있다면 나무를 심어 새로운 숲을 조성하고, 숲길이 부족한 도시 지역에는 숲길을 만들어 건강과 풍요로움을 더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경영)으로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숲길 조성·관리에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산림청이 이처럼 전국에 2만㎞에 육박하는 숲길을 조성하기로 한 데에는 건강과 휴양 활동에 관심이 높은 국민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는 인구는 3169만 명으로, 국내 성인 인구의 77%에 달했다.

울진에 ‘트레일지원센터’ 들어서야 할 이유는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연구원은 최근 울진군을 숲길 네트워크의 허브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숲길을 보전하고 이용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국등산·트레일지원센터’ 건립을 통해서다. 국내 역대 최장 산불 피해 지역이 다시 울창한 산림으로 회복되는 상징성과 더불어 동서트레일 출발점으로서의 기능까지 종합하면 울진군이 최적지라는 주장이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야산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연구원은 울진군이 지역 면적의 85.5%가 산림 지역이고, 울진군 금강송면에 보존 가치가 높은 금강송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조성을 시작한 동서트레일과 낙동정맥트레일(경북 봉화~경주, 610㎞)이 지나는 길에 울진군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밖에 조선 최대 문호였던 송강 정철(1536~93) 선생이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제일경으로 꼽은 망양정, 자연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왕피천, 백암온천·덕구온천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온천, 성류굴이나 해파랑길 등 관광명소가 있고 울진대게 등 유명 먹거리가 있다는 점도 울진을 한국등산·트레일지원센터 구축 필요성의 근거로 꼽혔다.

지난 28일 경북 울진군 망양정에서 동서트레일 착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행사에는 남성현 산림청장(오른쪽 다섯 번째)과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오른쪽 네 번째), 손병복 울진군수(왼쪽 세 번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왼쪽 네 번째)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울진군

지난 28일 경북 울진군 망양정에서 동서트레일 착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행사에는 남성현 산림청장(오른쪽 다섯 번째)과 강성조 경북도 행정부지사(오른쪽 네 번째), 손병복 울진군수(왼쪽 세 번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왼쪽 네 번째)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울진군

“산불 피해 울진군에 ‘숲길 허브’ 만들자”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국가 숲길의 운영·관리와 권한은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서 담당하도록 법안 개정이 추진 중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김중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에 숲길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정부 부처별로 운영 중인 다양한 트레일의 통합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며 “산불 피해 지역인 울진군이 산림 가치 복원과 산촌 지역사회 재생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국가 숲길 보전과 유지관리의 거점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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