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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무기한 구금' 바뀌나…또 헌재 심판대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5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 고문피해자 M씨 및 참석자들이 보호소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모로코 국적의 난민신청자인 M씨는 지난해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장시간 손발이 등 뒤로 묶인 채 엎드리게 하는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해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났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5주기 추모 기자회견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 고문피해자 M씨 및 참석자들이 보호소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모로코 국적의 난민신청자인 M씨는 지난해 6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장시간 손발이 등 뒤로 묶인 채 엎드리게 하는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해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났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경기도 안성의 길가에서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에 붙잡힌 이집트인 A씨는 외국인보호시설에 한달 넘게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같은 해 2018년 7월 30일짜리 관광비자(B2)로 입국해 난민 인정신청을 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청서류 접수가 거부되면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했고 이를 알게 된 출입국관리소가 그 뒤를 쫓았다. 수원 출입국·외국인청은 A씨에게 강제퇴거를 명령하고 보호 명령처분을 내렸다.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따른 조치였다. 구금은 무기한이었지만 A씨는 ‘중대한 인도적 사유’를 이유로 낸 보호 일시해제 청구가 받아들여지면서 가까스로 풀려났다.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무기한 구금’은 A씨의 문제제기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헌재는 다음달 13일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2019년 1월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한 A씨는 같은 해 11월 수원지법에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심판을 제청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수원지법은 2020년 7월 이를 받아들여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이정권 수원지법 행정2단독 판사는 “보호 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무기한 보호를 가능하게 한 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외국인 보호는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것이지만 영장주의 적용을 받지 않고,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자가 아닌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보호 여부를 심사하므로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8일 기준 국내 외국인 보호소 2곳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내 보호실 27곳엔 강제 출국을 앞둔 외국인 828명이 구금돼 있다. 대부분 비자상 한국 체류 기간이 만기 된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A씨의 제청 대리인 측은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변론 요지서를 통해 “외국인이 보호 기간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11일이지만 2018년 인권위 조사를 보면 6개월 이상 수용된 피보호자가 20명이다. 4년 8개월간 보호되는 경우도 있다”며 “출국요건이 구비될 때까지 주거지를 제한하거나 신원보증인을 지정하고 감독관 등을 통해 이들을 지속해서 관찰 및 감독 맡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전경..중앙포토

헌법재판소 전경..중앙포토

 헌재가 이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이번이 3번째다. 지난 2016년 헌법소원 심판과 2018년 위헌법률심판에선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각각 헌법재판관 4명과 5명이 “객관적⋅중립적 기관에 의한 절차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6명)를 충족하지 못했다. 합헌 의견은 “강제퇴거대상자의 송환이 언제 가능해질 것인지 미리 알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 조항이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였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안적 외국인 보호시설 연구’ 용역을 맡은 김대근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보호 기한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부분이 보호소 내 외국인들과 직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외국처럼 개방형 외국인 보호소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설 확장과 분류심사 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모로코 국적 외국인 수용자를 상대로 팔다리를 등 뒤로 묶는 이른바 ‘새우 꺾기’를 한 사실이 논란이 된 이후 법무부는 이동권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안적 외국인 보호시설’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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