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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풍력발전 사업 321건 허가, 실제로 돌아가는 건 47곳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부가 허가한 풍력발전 사업 가운데 현재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곳이 15%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벌이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성과가 부진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도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여전히 각종 규제가 막아선 바람에 난항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 사업 321건 중 사업을 개시한 곳은 47건으로 전체의 14.6%에 불과했다. 나머지 274건은 사업 허가를 받고도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중이라 실제 상업운전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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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사업은 크게 산지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육상풍력과 바닷바람을 이용하는 해상풍력이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풍력발전 47건 중 45건이 육상풍력이다.

해상풍력은 역대 65건이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곳은 2건뿐이다.(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의 허가를 받은 탐라해상풍력 제외)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이 모두 상업운전을 한다면 1만8844㎿ 용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목표의 0.4%에도 못 미치는 68㎿ 규모 발전이 진행 중이다.

해상풍력 사업 진행이 특히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선 추진 절차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이 타당한지부터 조사를 받은 뒤 발전단지 기본 설계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발전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허가를 받은 뒤에 상세 설계를 하면서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을 설득하는 과정과 실제 건설에 걸리는 시간도 수년이 필요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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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북 부안군 서남해 해상풍력의 경우 2010년 10월에 계측기를 세우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했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지난해 2월에야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앞으로 완전한 상업운전까지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발전 6개사가 합작한 회사가 주관하는 사업인데도 십수년이 걸리는데, 일반 발전 사업자의 부담은 더욱 과중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표적 사례다.

발전사업 허가 이후에 규제로 작용하는 각종 인허가 사항은 최대 24개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10개로, 산업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환경부·행정안전부·국방부·문화재청 등 7개 기관에 걸쳐 있다. 모두 발전 사업자가 직접 뛰어 인허가를 받아내야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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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각 정부 부처에 산재한 풍력발전 관련 규제에 대한 발전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주면 사업의 과도한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현재 허가된 풍력발전 사업만 모두 개시해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관련 규제 전반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세워서 각종 인허가 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풍력발전 인허가 등의 통합적 행정절차를 정부가 마련하도록 하는 이른바 ‘원스톱 샵’ 법안(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양금희 의원은 “이전 정부가 중점 추진한 풍력발전 사업이 각종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면 관련 규제를 조율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발전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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