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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선열 17위와 홍범도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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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최근 2년간 광복절 전후로 국가 차원의 대형 이벤트가 열렸다. 지난 8월 14일 광복군 선열 17위 합동안장식과 지난해 8월 18일 홍범도 장군 안장식이 그것이다.

광복군 선열 17위는 광복 이후 77년간 서울 수유동 등에 잠들어 있었다. 20~30대 청년이었던 이들은 중국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산화하거나 비밀공작 활동 중 체포돼 순국했다. 중국 태항산 전투에서 전사한 김유신 지사, 중국 산서성 태원지구에서 지하공작을 하다 일본군에 체포돼 순국한 김찬원 지사 등이다. 봉오동 전투로 알려진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묻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홍범도 유해를 지난해 광복절 직전에 봉환했다.

지난 8월 14일 안장된 광복군 선열 17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 자리잡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월 14일 안장된 광복군 선열 17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 자리잡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들 행사가 애국지사를 모신 공통점이 있지만, 형식과 내용에서는 차이가 크다. 우선 안장식 풍경이 달랐다. 광복군 17위 안장식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는 안장식 전에 서울현충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봉송식을 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홍범도 안장식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상파 3사가 중계하는 등 시끌벅적하게 치렀다. 이렇다 보니 홍보 효과도 상반됐다. 광복군 선열 17위 묘역은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안장식 이후 광복군 17위 묘역은 참배객이 거의 없어 늘 썰렁하다. 반면 홍범도 묘역에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무덤 크기와 위치도 비교된다. 광복군 17위 묘역은 모두 1평(3.3㎡) 규모로 조성됐다. 반면 홍범도 장군은 8평(26.4㎡)이다. 국가보훈처와 대전현충원은 독립유공자 묘역 운용지침에 따라 애국지사·장군·사회공헌자 등은 8평으로 만든다. 하지만 홍범도나 광복군 17위처럼 이장(移葬)한 애국지사에는 1평(3.3㎡)만 허용했다. 광복군 17위 묘역은 규정을 제대로 지켜 만들었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만 예외적으로 8평 크기로 만들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국가보훈처는 “역사적 상징성 등을 고려해 8평에 안장할 수 있는 지침을 지난해 8월 만들었지만, 홍범도 묘역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묘역 위치도 극과 극이다. 광복군 17위는 대전현충원 입구에서 가장 먼 독립유공자 7묘역에 안장했다. 다른 곳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보니 웬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도 쉽지 않다. 홍범도 장군은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있다. 현충원 입구와 비교적 가까워 접근이 쉽다. 당초 독립유공자 3묘역은 꽉 찬 상태였다. 그런데 별도 묘역을 추가로 만든 자리에 홍범도를 모셨다. 홍범도는 1920년 봉오동 전투에서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자유시 참변 이후 행적에 논란이 일고 있는 인물이다. 대전현충원 묘역을 둘러 볼 때마다 이래저래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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