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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어 중국 악재…정부, 증안펀드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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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흔들리는 투자심리는 악재가 터질 때마다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의 긴축 강화, 영국발 금융 불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에 이어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자 금융시장은 지난 월요일(26일)에 이어 또다시 주저앉았다. 코스피 지수는 2200선이, 코스닥 지수는 700선이 깨졌고 달러당 원화가치는 장중 1440원 선까지 내려갔다. 미 국채 금리가 뛰면서 한국 국채 금리는 덩달아 뛰었다.

정부는 주가·원화가치 급락, 금리 급등 등 금융 불안이 확산하자 채권시장에 총 5조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하고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까지 준비하는 등 위기 대응에 들어갔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내린 2169.29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22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2년2개월여 만이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24.24포인트(3.47%) 하락한 673.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5월 7일 이후 가장 낮다.

달러 강세로 외국인의 이탈과 기관투자가의 ‘팔자’가 쏟아지자 국내 상장사의 절반가량이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939개 중 454개(48.3%)가, 코스닥 시장에서 1582개 중 685개(43.3%)가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 시장에서 42조900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1조2000억원 시가총액이 증발해 하루 새 국내 증시에서 시총 약 54조원이 사라졌다. 이날 국채 10년물은 0.12% 상승한 4.332%에 마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를 돌파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은 것은 2008년 10월 14일(4.081%)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8.9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1440원의 턱밑에서 간신히 멈춰섰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로 13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장중 한때 달러당 1442.2원까지 밀려 내려갔다.

파운드화 급락 등으로 ‘수퍼 달러’의 독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착륙 우려 속 위안화 급락이란 변수까지 가세하며 바닥없는 하락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0385위안 낮은 달러당 7.1107위안으로 고시했다. 고시 환율의 상하 2% 내외에서 움직이는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7.23위안까지 떨어졌다.

당국, 공매도 전면 금지도 검토…“글로벌 침체 이슈에 정부 대응도 한계”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원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만큼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장 초반 위안화가 급락세를 보이자 원화도 동조 현상을 보이며 빠르게 내렸다”며 “마감 직전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달러당 1440원 선을 간신히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을 위해 증안펀드 조성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증안펀드를 조성할 경우 시장의 불안 심리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2020년 3월 16일부터 지난해 5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를 시행했고, 현재는 코스피200와 코스닥150 등 일부 대형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채권 가격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조치를 발표했다.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오는 30일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Buy-back)을 실시한다. 바이백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다시 거둬들이는(조기 상환) 걸 뜻한다. 한은도 이날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유럽 가스 공급 문제, 영국의 금융 불안,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이슈가 강달러 기조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바이백이나 국고채 매입 등도 불안한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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