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기전망이 훨씬 어둡다, 신규 투자 줄줄이 철회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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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코스피는 2년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떨어진 2169.29에, 코스닥은 전날보다 3.47% 내린 673.87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는 18.4원 급락한 달러당 1439.9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28일 코스피는 2년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떨어진 2169.29에, 코스닥은 전날보다 3.47% 내린 673.87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는 18.4원 급락한 달러당 1439.9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대기업에 경기 체감도가 심상치 않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협력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경제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경제 경착륙을 기정사실로 진단하면서도 경제 주체가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전국 212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 4분기(10~12월) BSI는 81로 집계됐다. BSI가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고, 이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번 BSI에서는 대기업의 경기전망(69)이 중견·중소기업(82)보다 훨씬 나빴다. 통상 사업구조와 재정이 탄탄한 대기업은 중견·중소기업보다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이런 경향성이 무너진 것이다. 올해 전체 기업 BSI와 대기업 BSI는 1분기 각각 95, 89였지만 2분기 역전(전체 96, 대기업 93)됐고, 4분기엔 12포인트(전체 81, 대기업 69)로 벌어졌다.

대기업의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적신호’일 수밖에 없다. 업종별 BSI에서도 수출 주력산업인 정유·석유화학(79), 철강(77), 정보기술(IT)·가전(74) 등이 모두 80을 밑돌았다. 대기업이 이들 수출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경기전망 하락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대한상의의 분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한상의 관계자는 “내년까지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업의 실망감이 드러난 것”이라며 “특히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경기,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한 대기업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의 내년 사업계획 역시 불확실성과 경기 하락이 화두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 명이 경기도 용인시 인재개발원에 모여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듣고 주요 사업 현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오찬을 함께하며 내년도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로 비상이 걸린 현대자동차그룹도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어 내년 이후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29일에는 LG그룹이 구광모 대표 주재로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주요 계열사 정례 사장단 워크숍을 갖는다. 워크숍에서는 내년 시장 전망과 사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10월 이후 계열사별 사업보고회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철회도 잇따른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어 3600억원 규모의 상압증류공정(CDU)·감압증류공정(VDU) 설비의 신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7일 한화솔루션이 1600억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DNT는 가구 내장재와 자동차 시트 등에 쓰이는 폴리우레탄 원료다. 지난 6월에는 SK하이닉스가 4조3000억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낮아지면 무역수지가 개선돼야 하는데 수출 대기업이 부진하면서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에서 대기업이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최근의 경기 하락은 지정학적 요소가 개입해 더욱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미 경제 경착륙(하드랜딩)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경제 주체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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