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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중국빚 위험신호…개도국들, G2발 부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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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4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시위자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항만 건설 등을 위해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스리랑카는 강달러로 물가가 치솟으며 경제난에 빠졌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시위자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항만 건설 등을 위해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스리랑카는 강달러로 물가가 치솟으며 경제난에 빠졌다. AFP=연합뉴스

‘킹(king) 달러’ 공포가 저소득 개발도상국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부채의 덫(Debt Trap)’에 빠진 이들 국가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강(强)달러’로 빚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스리랑카가 지난 5월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데 이어 파키스탄·앙골라 등도 ‘G2’(미국·중국)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중국이 저소득 개발도상국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2010년 말 400억 달러에서 2020년 말 1700억 달러로 급증했다.

GDP 대비 중국 부채 비중 높은 국가

GDP 대비 중국 부채 비중 높은 국가

중국에서 돈을 빌린 나라들은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WB의 조사 대상 97개국 중 중국 부채 규모가 큰 국가는 2020년 말 기준 파키스탄(773억 달러), 앙골라(363억 달러), 에티오피아(79억 달러), 케냐(74억 달러), 스리랑카(68억 달러) 등이다. 이들 국가는 원금 상환조차 어려운 와중에 강달러에 따른 채무 이자 급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부티와 앙골라의 경우 2020년 기준 중국 관련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섰다. 몰디브·라오스도 GDP의 30% 이상이 중국에 진 빚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0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해외 부실 대출 비율은 올해 들어 60%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  자금으로 벌인 인프라 사업은 감당할 수 없는 채무와 잉여 시설만 남긴 채 개발도상국을 부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 인플레이션의 충격에 허우적대던 개발도상국들로선 연타 펀치를 맞은 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시장에선 부채뿐 아니라 에너지·식량 모두 달러로 거래되기에 강달러는 개발도상국들에 더 큰 고통을 준다”며 “강달러는 이들 국가에 고물가와 자본 유출 사태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급해진 개도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IMF가 올해 들어 8월까지 세계 각국에 빌려준 자금(차관)은 1400억 달러(약 199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넘었다. 아직 집행하지 않은 차관까지 포함하면 총 구제금융 규모는 2680억 달러가 넘는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1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잠비아와 스리랑카도 IMF와 구제금융을 협상 중이다.

위기를 인식한 중국은 부채 탕감 협상에 나섰다. WSJ은 “중국이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인 차드·에티오피아·잠비아 등과 부채 탕감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요 20개국(G20) 중심의 개도국 채무 구조조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모색 중이다.

NYT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임무는 미국 경제를 돌보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ed의 결정이 미국을 빼곤 모두 국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자신들의 결정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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