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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 무제한 국채 매입 시작…IMF, 영국에 ‘위기’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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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환율 표시 사인 옆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파운드화 급락과 국채 금리 급등에 영란은행이 28일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환율 표시 사인 옆을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파운드화 급락과 국채 금리 급등에 영란은행이 28일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AP=연합뉴스]

국채 금리 급등, 파운드화 폭락 등의 금융시장 혼란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이란 깜짝 카드를 꺼냈다.

BOE는 28일(현지시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달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필요한 만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BOE는 시장 변동성이 계속되면 영국 금융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된다고 지적했다. 채권 매입량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영란은행이 “필요한 만큼”을 강조해 이번 국채 매입은 대규모가 될 것으로 금융시장에선 전망한다.

BOE는 또한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국채를 다음 주부터 처분하려던 일정은 10월 말로 약 한 달 연기한다. BOE는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양적 긴축(QT·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정부의 엇박자 재정·통화 정책에 경고장을 날렸다.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의 나비 효과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어서다. 파운드화 투매에 따른 달러 강세가 각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엇갈린 통화·재정 정책이 영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옐로카드다.

IMF는 지난 27일 성명에서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감세가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며 영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현시점에서 크고 목표 없는 재정 패키지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로 시장에 돈을 풀면서 다른 한쪽에서 금리를 올리면 국가 채무 부담은 늘어나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의 지난 23일 450억 파운드(약 69조원) 규모 감세 계획이 방아쇠를 당겼다.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20%→19%)과 연 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3000만원)인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세율(45%→40%)을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세금을 낮추면 재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재정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시중에 돈이 더 풀리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채권 발행으로 물량이 늘어나며 채권 값은 하락(채권 금리 상승)한다.

파운드화 상승에 베팅했던 투기 세력이 ‘패닉 셀’에 나서며 파운드를 던진 이유다. 지난 22일 파운드당 1.0856달러이던 파운드화 가치는 28일 1.0691달러까지 밀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지난 25일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은 파운드 폭락을 불러와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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