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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야당 대표의 개헌 제안, 진지하게 논의해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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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2024년 총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87년 체제 시효 다해…대통령 권한 분산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첫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2024년 총선 때 개헌하자고 제안했다. 올 정기국회가 끝난 뒤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헌안을 만들고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타임테이블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1차 투표에서 1, 2위를 한 후보들끼리 다시 대결토록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말도 했다. 대선후보 시절의 개헌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다. 기본권과 자치분권을 강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인 ‘87년 체제’의 현 헌법이 시효가 다했다는 그의 지적엔 공감하는 이가 다수일 것이다.

실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몰린 권한으로 인해 어느 쪽에서 정권을 잡든 극한 대립을 낳고 있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이 목숨을 건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안정적 국가 운영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개헌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 그래야 분열과 갈등의 자리에 타협과 협력의 정치가 들어설 수 있다.

이미 국민적 공감대도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리셋코리아 개헌 분과와 한국리서치의 웹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3명 중 2명(66.5%)이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 개헌론자다. 특히 원로급인 역대 국회의장들은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김진표 현 국회의장도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임기 중반 이후 개헌의 필요성을 느끼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 시안을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겠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법의 한계를 느낀 측면도 있을 것이다.

각론에선 여전히 합의가 어려운 대목이 있긴 하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시대 의지를 확인해 내는 어려운 작업”(이상수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상임대표)이다. 이제부터라도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타협과 합의의 경험이 또 다른 타협과 합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반복돼 온 정권 초엔 대통령과 여당이 개헌에 소극적이고 정권 말엔 집권 가능성을 본 차기 주자들이 소극적인 패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마침 야당 대표가 개헌 얘기를 꺼냈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도 야당 시절 개헌을 요구했던 기억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개헌 논의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선 안 되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개헌을 올려놓고 진지하게 논의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