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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운임 반토막, 자동차운반선은 4배로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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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해운 시장에 양극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반 화물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는 하락세인데 자동차운반선은 배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올겨울 예약 물량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28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72(지난 23일 기준)로 최근 3개월 새 반 토막이 났다. SCFI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올해 초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 SCFI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거래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반영하는데 최근 들어 물동량이 급감했다는 의미다. 영국 해운 컨설팅회사인 호위로빈슨이 발표하는 컨테이너지수도 올해 3월 말 5822를 기록한 뒤 이달 말에는 3050으로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컨테이너선뿐이 아니다. 목재 등 건화물 운임을 파악할 수 있는 발틱운임지수는 지난해 10월 5647을 기록한 뒤 하락세인데 이달 말엔 1813을 찍었다. 원자재 운송이 그만큼 둔화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해상 화물 운임이 하락하고 있는 건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컨테이너 해운 운임의 하락 속도나 과정이 심상치 않다”며 “SCFI는 하반기에만 45% 급락했다”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해운 운임의 연착륙은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반면 특수선은 활황세다. 자동차운반선은 용선료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물동량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선박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탈황장치를 추가하기 위해 정비에 들어간 선박도 적지 않아 공급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자동차운반선 용선료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6000CEU(자동차 6000대를 실을 수 있다는 의미)급 운반선의 용선료는 지난해 하루당 2만 달러(약 29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8만 달러(약 1억1500만원)에 육박한다. 1년 사이 네 배로 치솟은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물동량이 크게 늘어 운반선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이 전환하고 있는 것도 용선료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LNG 운반선 용선료도 다락 같이 올랐다. LNG 스폿 물량(단기 현물매매) 기준으로 선박 용선료는 지난해 4분기 하루당 25만 달러(약 3억6100만원)였으나 최근에는 30만 달러(약 4억3300만원)로 뛰었다. 에너지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에는 40만~50만 달러(최고 약 7억2200만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박에선 컨테이너와 탱커의 상반된 업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컨테이너 시장은 꺾이기 시작했지만, 원유운반선 등은 용선료가 오르는 등 탱커 시황 개선은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송료 상승이 에너지 가격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일 “올겨울 계약이 열려있는 LNG 운반선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며 “운송료 상승이 다음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수요 등이 많아지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해운 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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