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게 뭐죠?” 중국 설득에 7년…에틸렌 기술 전수하고 합작 성공

중앙일보

입력 2022.09.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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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복합위기의 시대 ‘혁신 DNA’] ② 중국 빗장 연 ‘중한석화’ 비결

한국·중국이 수교를 맺기 1년 전인 1991년, SK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 했다. 이후 선전시에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사업은 좌초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한국·중국이 수교를 맺기 1년 전인 1991년, SK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에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 했다. 이후 선전시에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사업은 좌초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최근 중국 내수 사업에서 철수·축소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 내 반한 정서에다 현지 기업의 성장이 겹쳐서다. 이런 가운데 한중 합작기업인 중한석화의 선전이 주목받는다. 중한석화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과 중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 시노펙이 합작한 회사다. SK는 1992년 한·중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 공을 들였다. 한국 기업 최초로 1991년 베이징지사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이어 선전에 10억 달러 규모의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했다.

고 최종현(1929~98) SK 선대회장이 직접 나서서 중국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면담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200만 달러만 날리고 사업은 좌초됐다. 국가의 중추 산업에 외국 기업이 진입하는 걸 중국 정부가 위협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고 최 회장은 이에 “중국과의 관계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반드시 긴밀한 사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아 현지에 최적화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나온 배경이다.

이후 최태원 SK 회장은 왕티엔푸(王天普) 시노펙 총경리를 만나 사업 논의에 앞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왕 총경리가 “산업의 쌀인 에틸렌 사업”이라고 답하자 “SK의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2007년 두 회사는 중국 우한에서 에틸렌공장 착공식을 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또다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7년간 꾸준히 설득한 결과 2013년 사업 승인을 받았다. 중한석화는 2014년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2017년엔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돈으로 설비에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렸다. 2019년엔 우한석화 정유 부문을 인수했다. 상호 신뢰가 쌓인 덕분에 가능했던 투자다. 중한석화는 현재 자산 258억 위안(약 5조1000억원), 임직원 2800여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중한석화의 성공에 대해 표민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SK는 이해 상충을 최소화해 동반 성장을 이루는 혁신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했고, ‘정유=내수 기업’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 합작한 넥슬렌 사업, 스페인 렙솔과 손잡은 윤활기유 공장 등도 현지 기업과의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갈등 요소를 없앤 경우다. 네트워크·자금력·기술·원료 등 현지에서 SK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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